<시민사회신문>에 주마다 한 번씩 싣는 글. 어느덧 스물한 번째 글이 되었네.

그나저나, 글에서 이야기하는 <민족통일을 위하여>는 미처 겉그림을 긁어 놓지 못했다 ^^;;;








 책으로 보는 눈 21 : 어떤 책을 선물받고 싶나



 2001년 세상을 떠난 송건호 님이 1986년에 써낸 책 《민족통일을 위하여》(한길사)가 있습니다. 227쪽자리 조그마한 판으로, 이 나라 민족지성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현대 역사는 어떻게 연구해야 좋은가, 식민사관은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가, 일본과 우리 나라는 어떻게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가, 오늘날(1980년대)을 살아가는 젊은이들한테 바라는 일, 통일 이야기로 무엇을 주고받으면 좋을까, 남북이 나뉘어 있는 이 땅에서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들을 차근차근 짚어 나갑니다.

 지난 2004년, 전교조 ㄷ지부를 찾아가서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우리 말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 나이 또래 선생님도 계셨겠지만, 저보다 한참 나이든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나어린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배워야 할 일이 있으면 자기보다 한참 젊거나 어린 사람들 말도 귀담아들어야 좋음을 살갗으로 느꼈습니다. 이날, ㄷ역에서 모임터까지 차로 실어다 준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분한테 “오늘 ㅇ동 헌책방거리에서 송건호 님 책을 한 권 우연하게 만났어요(전집이 나오기 앞서까지 송건호 님 책은 거의 모두 절판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또 찾을 수 있으니, 선생님이 한번 읽어 보셔요.” 하고 말하며 《민족통일을 위하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께서는 “송건호요? 어떤 분이지요?” 하고 물으십니다. “……. 1975년에 동아일보를 그만두시고, 1988년에 한겨레신문을 만드셨던 분인데, 모르시겠어요?” “하하, 제가 책을 잘 안 읽어서요.” “책 읽을 틈은 없으셔도 신문 읽으실 틈은 있으실 텐데.” “저는 그 책을 받아도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최 선생님께서 그냥 읽으시지요.” “저는 예전에 읽은 책입니다. 오늘 모임에서 만나는 분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일부러 한 권 샀어요. 우리 삶을 밝힌 훌륭한 어른 가운데 한 분인 송건호 님이에요. 바쁘시더라도 한번 살펴보시고, 학교에서 아이들한테도 이런 분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읽어 보시고 괜찮으면 다른 선생님을 드리셔도 좋고, 그다지 마음에 안 드시면 헌책방으로 가지고 가 파셔도 좋고요.”

 그 뒤로 세 해가 지난 2007년 가을, 아직까지 송건호 님 《민족통일을 위하여》라는 책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분은 책 읽을 틈도 없고 송건호 님도 모른다고 했으니 그 책을 드리지 말았어야 했나 모르겠습니다. 송건호 이름 석 자만 알고 이분 삶과 생각을 잘 모르는 분한테 드리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송건호 님 이름과 삶을 조금은 알지만, 이분 생각과 발자취를 잘 모르는 분한테 드리는 편이 한결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민족통일을 위하여》는 거의 눈에 뜨이지 않지만, 《민족지성의 탐구》나 《한국현대사론》이나 《한국현대인물사론》 같은 책은 헌책방에서 곧잘 보입니다. 다만, 이 책들은 책이름을 한자로 적어 놓고 있어서 알아채는 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송건호 언론상’을 받는 분들한테 송건호 님 책을 드리면 반가이 받아들며 읽어 주실까요. (4340.10.1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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