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염없는 바깥 걷는사람 시인선 2
송주성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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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0.

노래책시렁 479


《나의 하염없는 바깥》

 송주성

 걷는사람

 2018.4.30.



  거미나 벌레나 지렁이를 보며 징그럽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많고, 파리나 모기를 보며 싫다고 여겨 바로 때려죽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거미와 벌레와 지렁이가 없으면, 사람은 밥을 아예 못 먹습니다. 파리와 모기가 없으면, 사람은 쓰레기밭에 파묻혀 죽습니다. 다름(차이·차별)을 자꾸 작은이(소수자) 쪽으로만 몰아가려는 ‘진보’가 넘치는데, 여태 어느 ‘진보’도 ‘시골에서 자가용 없이 군내버스 타는 작은이 권리’를 말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진보’도 ‘시골에서 농약·농기계·비료·비닐 없이 논밭을 돌보는 작은이 인권’을 말한 적마저 없어요. 예부터 ‘깍두기’라고 해서 모든 쪽에 어울리며 같이 노는 살림살이로 ‘다름’을 품었습니다. 틀에 박는 ‘인권·태도’가 아닌, 너랑 내가 다르기에 다른 만큼 새롭게 어울리는 사랑을 바라볼 때라야 모든 실마리를 푼다고 느낍니다. 《나의 하염없는 바깥》을 읽고서 덮습니다. 부산말로 문득 읊는 이웃과 동무 이야기는 살갑지만, 서울말로 틀에 짜맞추는 말만들기는 따분합니다. 둘레를 보고 스스로 돌아보면 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틀에 맞추려 하고 멋스럽게 보이려고 하면 ‘딱딱한 문학’으로 틀어박힙니다. 굳이 ‘시문학’을 안 하기를 바라요. ‘노래’하면 돼요.


ㅍㄹㄴ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노래를 구출하러 나갔다 / 일평생, 천 길 깊이의 절벽 안쪽으로 길을 뚫고 / 겹겹이 세워진 삼천억 개의 돌문 하나하나 노크 (바깥 10/69쪽)


야! 직업 군인이 머꼬? / 울 아부지 직업이 군인이라고 / 그라믄 그냥 군인이지 와 직업 군인이라고 쓰노? / 몰라, 울 아부지가 꼭 그래 쓰라칸다 아이가 (무필이 아버지/101쪽)


+


《나의 하염없는 바깥》(송주성, 걷는사람, 2018)


소리 없는 공중을 올려다보게 된다

→ 소리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3쪽


나의 빈 알맹이를

→ 내 빈 알맹이를

→ 빈 알맹이를

13쪽


멀어져 웅성거림이 되고 웅성거림 멀어져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 멀어서 웅성거리고 웅성거리다 멀어 더 들려오지 않는다

17쪽


아주 짧았던 것이 점점 길어진다

→ 아주 짧다가 차츰 길다

→ 아주 짧더니 어느새 길다

17쪽


당신의 안에서 굴절되지 않으면

→ 그대 품에서 굽지 않으면

→ 네 품에서 접지 않으면

23쪽


낙타였음을 안다

→ 곱등말인 줄 안다

25쪽


먼저 숙소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먼저 나들채에 닿아 우리를 기다린다

→ 먼저 길손채에 와서 우리를 기다린다

39쪽


눈물 많은 그녀, 떠나가는 그녀

→ 눈물 많은 너, 떠나가는 너

→ 눈물 많은 사람, 떠나가는 사람

41쪽


오리들에게 게토ghetto를 지어주고 나면

→ 오리한테 집을 지어 주고 나면

→ 오리한테 굴을 지어 주고 나면

→ 오리한테 쉼터를 지어 주고 나면

→ 오리한테 울을 지어 주고 나면

→ 오리한테 품꽃을 지어 주고 나면

44쪽


조류독감 따위엔 관심조차 없는

→ 새앓이 따위엔 마음조차 없는

→ 새몸살 따위는 쳐다보지 않는

45쪽


흐르는 빗물 위의 동심원

→ 흐르는 빗물에 한동아리

→ 흐르는 빗물에 한동글

56쪽


너를 헛되이 바라보고 있나니 마주한 시선과 응시는 서로의 과녁에 닿지 못하네

→ 너를 헛되이 바라보나니 마주한 눈과 눈매는 서로 과녁에 닿지 못하네

63쪽


배달의 민족도 아닌 찢어진 눈의 동양 여자를

→ 배달겨레도 아닌 찢어진 눈인 샛녘 순이를

83쪽


마지막 잔액을 찾아가던 급한 발걸음

→ 마지막 돈닢을 찾아가던 바쁜 발걸음

→ 마지막 단돈을 찾아가던 동동걸음

96쪽


두 번째로 비등점에 오른 물은

→ 둘째로 끓눈에 오른 물은

→ 둘째로 끓는곳에 오른 물은

12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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