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15


《코쟁이네 세퍼트와 판돌이네 똥개》

 이현주·서정오 엮음

 물레출판사

 1987.8.8.



  손가락이 얼어붙어도 길을 걸으며 책을 읽습니다. 붓이 얼면 입김을 불고서 겨드랑이에 끼고 비비고 녹이면서 글을 씁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겨울이니까 이렇게 어는구나 하고 여깁니다. 2004년 1월은 여러모로 추웠습니다. 잘 다니던 일터를 2003년 늦여름에 갑자기 그만두어야 했고, 얼결에 충주 이오덕 어른 옛집을 드나들며 새일을 맡는데, 지난가을에 ‘한길사 김언호’ 씨가 이오덕·권정생 두 분 글월을 몰래 펴내는 막장사를 벌이느라, 이 일 탓에 하루하루 고되었어요. 숨을 돌리려고 대구로 책숲마실을 갔다가 〈제일서점〉에서 《코쟁이네 세퍼트와 판돌이네 똥개》를 만났습니다. “대구 중구 봉산동 63-4”에 있었다는 ‘물레’에서 펴낸 어린이책입니다. 1987년 언저리에 새로 쓴 이오덕·권정생 노래가 깃든 꾸러미입니다. 머리말은 권정생 님이 맡았더군요. 책을 펴내는 곳에서 돈을 아예 안 벌 마음일 수 없으나, 알맞게 벌면서 즐겁게 글결을 추슬러서 늘 온사랑으로 이 터전을 가꾸는 눈빛을 밝힐 노릇이라고 봅니다. 왜 책을 쓰고 읽고 내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왜 글을 쓰고 읽고 나누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어린이 곁에서 창피한 짓을 일삼는다면 어른일 수 없습니다.


ㅍㄹㄴ


동화나 소설은 남의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이야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려운 일에 부딪치면 두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여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를 때가 있읍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남의 살아가는 이야기, 남의 지혜로운 생각을 동화나 소설에서 찾아내어 나와 이웃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세상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몇 마디의 표어나 구호는 사람을 기계로 만들고 한 순간의 충동으로 끝나지만, 이야기는 영원히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아이들은 안델센의 동화를 읽고 덴마크의 어린이로 자라고, 독일의 어린이들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독일 어린이로 자라듯이, 나라마다 이야기의 모양이나 내용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3, 4쪽/머리말 : 권정생)


+


쓸모없는 일이 어디 있고, 쓸모있는 일이 남달리 있을까? 그런데 내가 느끼기로 세상 살아가는 퍽 많은 이들이 쓸모없는 일에 너무 기울고 있다. 자기를 좀더 사랑하고, 자기 사랑을 듬뿍 쏟을 수 있으며, 자기에게 사랑받는 모든 것들이 즐겁게 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과 놀이를 하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구나. 아니다. 많다! 배운 사람, 가진 사람, 있는 사람들이 이런 데에 눈길을 안 둘 뿐이다. 이 세상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못 배우고 없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가장 작고 초라하더라도 할 수 있는 가장 쓸모있는 삶을 꾸린다. (2004.1.14.쇠. ㅎㄲㅅㄴ. 대구 제일서점)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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