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12
《10.17宣言은 民族史의 새 轉機마련》
김성진 엮음(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1972.10.
1961년에 총칼을 앞세워 나라힘을 거머쥔 ‘그분’은 1972년에 온나라를 새삼스레 얼음밭으로 바꿉니다. 이른바 ‘10월 유신’이라 일컫는데, 10월 17일에 고삐(계엄령)를 채워서 가시담벼락을 꽁꽁 세웁니다. 이때에 ‘그분’은 ‘민주’와 ‘평화통일’과 ‘남북대화’를 외치지요. 사람들한테 재갈을 물리고, 나라일꾼은 오직 ‘그분’ 손아귀에서 놀도록 틀어쥐면서, 막상 ‘그분’이 하는 일만 ‘민주평화’라고 내세웁니다. 그런데 어떤 아름나라(민주공화국)에서 열두 해씩이나 혼자 우두머리에 앉을까요? 1961년부터 1972년까지 힘·돈·이름을 휘어잡으면서 온통 바보나라로 내몬 민낯은 가리거나 감출 수 없습니다. 다 발자국으로 남거든요. 《10.17宣言은 民族史의 새 轉機마련》은 아마 1972년 10월 17일에 확 뿌린 듯싶습니다. 워낙 서둘러 찍어댔기 때문인지 이 작은 꾸러미에는 책자취(간기)조차 없습니다만, 그무렵 청와대에서 입(대변인) 노릇을 하던 분 손끝에서 태어났을 테지요. 작은 꾸러미는 쉰 해가 넘는 나날을 어느 헌책집 책시렁 귀퉁이에서 고이 잠들다가 깨어납니다. ‘그분’으로서는 뒷날 남겨서는 안 될 부끄러운 종이뭉치일 텐데, 고삐나라·사슬나라·얼음나라·재갈나라로 짓누르는 동안 이런 꾸러미를 샅샅이 되찾아내어 불사르려고 했다던데, 용케 오늘까지 버티었습니다. ‘군사독재’를 ‘민주·개혁’이라는 허울을 씌워서 눈가림하던 무리는 2025년에까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 대화 + 타협”이라 여기는데, 이야기나 어울림이 아닌 총칼을 앞세운 고삐(계엄령)를 채우려던 그분은 누구 말을 들었을까요. 혼자만 옳다고 여겼기에 다른 사람은 입틀막을 하면서 외곬로 치닫지 않았는지요.
- “民族의 活路를 勇敢하게 開拓하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