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3. 우리한테 있는 빛
요사이 들어 ‘살림’이라는 이름을 살려서 쓰는 이웃을 이따금 본다. 얼마 앞서(2025년 1월) 《살림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이 나오기도 한다. ‘살림글’이라면, 한자말로는 이른바 ‘생활글·생활문학’일 텐데, 모든 살림이란 시골에서 논밭을 짓는 일부터 우리가 보금자리에서 맡는 모든 집안일부터 헤아린다.
‘우리한테 있는 빛’이라면, 먼먼 옛날부터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저마다 가꾼 ‘살림’이 있다고 느낀다. 오늘날에야 왼날개와 오른날개를 가르지만, 지난날에는 누구나 왼날개와 오른날개를 나란히 품고 헤아리면서 ‘온날개’로 하루를 그리고 짓는 온살림을 했다고 본다. 우리한테 왼손과 오른손이 있어서 살림을 빚거나 짓거나 가꾼다. 우리한테 왼발과 오른발이 있어서 기쁘게 거닐면서 이웃한테 마실한다.
어쩐지 요즈음 자꾸 번지는 ‘극우·극좌’ 같은 이름은 그만 서로서로 미워하는 마음에 싫어하는 등돌림과 따돌림과 손가락질을 부추기는 밉말(혐오표현) 같다. 다 다른 사람을 끌어안자는 마음이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정작 걷는 길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넌 틀렸어!” 하고 윽박지르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물결이 대단히 드세다. 날마다 싸움판 같다.
틀림없이 “넌 틀렸어!” 하고 말할 만한 자리까지도 ‘그들’이 하려는 말을 가만히 귀담아듣는 길부터 걸어야지 싶다. 그들이 하려는 말을 하나하나 새기고 짚으면서 ‘함께 배울 살림’을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넌 틀렸어!” 하고 딱 끊을 적에는 아무 어깨동무(평등)를 못 이룬다. 아무 살림도 못 나누는 담벼락을 그들뿐 아니라 우리부터 높고 단단하게 세우는 굴레이지 싶다.
‘우리한테 있는 빛’이라면, 모름지기 ‘살림’ 하나와 ‘사랑’ 둘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심고 가꾸는 ‘두손’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나란히 바라보는 ‘두눈’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함께 그리고 펴는 ‘두다리’가 언제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꼽는다면, 눈으로 보든 못 보든 살림과 사랑으로 피어나는 꿈을 그리면서 날아오를 ‘두날개’가 가만히 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