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0.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김영건 글, 어크로스, 2022.6.10.



두 아이하고 도화초등학교에 간다. 올겨울에도 ‘입학유예신청서’를 쓴다. 면사무소에 건너가서 일을 보려는데 ‘담당 공무원 연차’라고 한다. 일을 맡은 사람이 쉬면, 자리를 지키는 다른 일꾼이 맡아야 하지 않나? 두 아이한테 붕어빵을 사준다.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면서 노래를 쓴다. 붓을 쥔 손가락이 얼지만, 두 꼭지를 마무른다.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다시 읽어 보았다. 다시 읽으면서도 못내 아쉽다. 책을 안 읽는 이웃은 그냥 어떤 책도 안 읽는데, 책을 제법 읽는 이웃은 ‘읽는 책’만 읽기 일쑤이다. 하기는, 아무나 다 이웃이라고 만나거나 사귀지는 않는 삶이다. 모든 사람을 어떻게 다 만나겠는가? 그런데 책집을 드나드는 책손은 ‘한 가지 책’만 안 바란다. 누구는 왼쪽 이야기를 찾고, 누구는 오른쪽 이야기를 찾는다. 누구는 잘난책·자랑책(베스트·스테디)을 찾고, 누구는 아름책·사랑책을 찾는다. 책집지기는 ‘책집지기이기 앞서 책벌레로서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어도 안 나쁘지만, 책집이라는 터전을 맡는 길이라면, 잘난책·자랑책이나 ‘내가 좋아하는 책’은 다 내려놓고서 ‘아름책·사랑책’을 눈여겨보고 넌지시 알리는 몫을 맡을 일일 텐데 싶으니, 그저 아쉽고 아쉽다.


ㅍㄹ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어크로스, 2022)


2년 전 겨울 한 편집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 이태 앞 겨울 어느 엮음이가 물어보았습니다

5


저의 생활은 좁은 반경 안에서 이뤄집니다

→ 제 하루는 좁습니다

→ 저는 작은 곳을 오가며 일합니다

6


서점 주인이자 30대 중반을 갓 넘긴 한 사람의 독서생활문입니다

→ 책집지기이자 서른 복판을 갓 넘긴 사람이 쓴 느낌글입니다

7


책을 분류해 배가配架(책을 서가에 배열하는 것)하는 일이 끝나면

→ 책을 갈라 책꽂이에 다 놓으면

→ 책을 나누어 시렁에 다 두면

16


밤의 서점에 홀로 남은 날이면

→ 밤에 책집에 홀로 남은 날이면

18


서점 일을 시작한 지 햇수로 8년에 접어들었다

→ 책집에서 일한 지 여덟 해로 접어든다

→ 책집일꾼으로 여덟 해에 이른다

21


그리고 정말 가끔씩은, 서점 주인으로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에

→ 그리고 참말 가끔은, 책집지기로서 누구 마음을 할퀴었다고 돌아보며

21


눈길 위에서 천천히, 휘청이며 걸었다는 사실을

→ 눈길을 천천히, 휘청이며 걸은 줄을

33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본다는 건

→ 앞날을 밝게 그려 본다면

→ 앞길을 내다본다면

52


겨울이 오기 전까지 자기 일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뽐낸다

→ 겨울이 오기 앞서까지 꽃날을 뽐낸다

→ 겨울이 올 때까지 무지개날을 뽐낸다

→ 겨울이 오기까지 빛나는 날을 뽐낸다

58


구입하지 않은 책을 함부로 손상시키지 말아달라고 간청할 때도

→ 사지 않은 책을 함부로 구기지 말라고 빌 때도

→ 안 산 책을 함부로 꺾지 말라고 바랄 때도

69


때문에 업력은 60년이 넘었는데 그 숫자에 견줄 만큼 낡은 분위기는 아니다

→ 그래서 예순 해가 넘었는데 이 나이에 견줄 만큼 낡지는 않다

82


북토크를 해달라는 제안을 담은 장문의 편지였다

→ 책수다를 해 달라고 길게 여쭌 글이다

→ 책수다를 여쭌다고 길게 쓴 글월이다

104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생겨났는데

→ 내가 대단히 부끄러웠는데

→ 스스로 몹시 부끄러웠는데

104


타인의 무례함에 대처하는 나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을 사람으로서 인정하는 일에 위배되고 있진 않은가

→ 고약한 이를 마주하는 내 말과 몸짓이 그 사람을 사람으로 안 마주하지는 않은가

→ 만무방을 맞이하는 내 말과 모습이 그 사람을 사람으로 안 여기지는 않은가

120


최근 몇 년 사이 내 몸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 요 몇 해 사이 내 몸이 바뀌는 줄 느낀다

20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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