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갇히다


갑갑한 저놈을 끌어내리는 길은 어깨동무하고 멉니다. 나뭇가지에 쓰레기가 걸렸으면 가지가 안 다치도록 살살 걷어내어야 나무가 숨막히지 않아요. 그런데 쓰레기를 떼낸다면서 가지를 뭉텅 자르면 나무가 죽습니다. 들꽃누리에는 고약한 풀이나 구린 꽃이 없습니다. 다 다른 풀꽃이 어울립니다. 그런데 사람누리는 그만 구실아치에 벼슬아치가 넘치고, 일꾼이 아닌 감투를 쓰면서 나리처럼 굴려고 하기에 그만 답답하고 딱딱하게 틀에 박힙니다. 들숲을 잊은 시답잖은 곳에는 즐겁게 아우르는 꿈이 없습니다. 바다와 하늘을 잊은 안 맑은 서울에는 어화둥둥 빛나는 씨앗이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모지리를 어떻게 다스려야 아름길인지 생각할 때입니다. 왜 예부터 더디더라도 “미운놈한테 떡 하나 더 주”면서 달랬는지 곱씹을 오늘입니다. 놀고먹는 꼰대를 나무란대서 꼰대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다 다른 들길과 숲빛이 새롭게 피어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바로 이곳에서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일과 놀이로 만나는 새터를 상그럽게 그릴 노릇입니다. 어느 놈이 밉다고 여기는 데에서 그치면, 머잖아 또다른 밉놈이 판박이처럼 나옵니다. 맑은 빛은 늘 포근합니다.


ㅅㄴㄹ


갇히다·갑갑하다·막히다·숨막히다·꼰대·꼰대질·꼿꼿하다·놀고먹다·더디다·굼뜨다·답답하다·딱딱하다·틀박이·틀에 박히다·판박이·판에 박히다·고리다·구리다·고약하다·고리타분·구실아치·구실바치·벼슬아치·벼슬꾼·일꾼·일바치·분·나리 ← 관료적, 관료주의


시원하다·시답다·싱그럽다·산뜻하다·상그럽다·상큼하다·새뜻하다·선뜻하다·선선하다·즐겁다·어화둥둥·좋다·깔끔하다·말끔하다·맑다·낫다·달갑다·해낙낙·흐뭇하다·들길·들빛·바람빛·푸르다·숲빛·풋풋하다·가뿐하다·아늑하다·포근하다 ← 쾌적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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