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3.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백창우 글, 신어림, 1996.1.11.
글월을 부치러 나가다. 두바퀴(자전거)를 아직 고치지 않았기에, 한동안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 나래터만 다녀와야 한다. 낮까지 구름이 없다가 저물녘부터 구름이 몰리는데, 밤에는 다시 걷힌다. 밤새 별이 반짝인다. 별빛으로 드리우는 보금숲을 하얗게 그리면서, 깊은밤이 파란물결로 흐르는 꿈씨앗을 헤아린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를 모처럼 되읽는다. 길이 끝나는 곳은 길을 다시 여는 곳이다. 어느 하나를 마치기에 다른 하나를 새롭게 한다. 끝나기에 나쁠 일이란 없다. 끝나기에 아쉬울 까닭이 없다. 오늘 하루가 끝나야 이튿날이 온다. 올해를 마쳐야 새해가 온다. 나이든 사람이 물러나야 젊은이와 아이들이 새롭게 일한다. 그대로 머문다면 고여서 썩을 뿐 아니라 담벼락이 높다. 흐르는 물과 솟는 샘과 부는 바람처럼 언제나 피어날 줄 알기에 맑고 밝다. 여러모로 보면 백창우 님 노래는 지난 마흔 해 가까이 ‘쓸쓸하다·아쉽다’를 밑동으로 삼는 듯싶다. 어느 밑동이건 나쁠 일은 없는데, 어린이노래에 온힘을 쏟는 길을 돌아본다면, 이제는 좀 씨앗을 노래할 때라고 본다. 흙한테 안겨서 자라야 씨앗이다. 손바닥에만 놓고서 주무르다가는 모든 씨앗이 말라죽는다. 보기좋을 씨앗이 아닌, 땅한테 갈 씨앗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