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3.
《당신 곁에 서려고 이만큼 걸었습니다》
전순옥 글, 아름다운전태일, 2019.12.3.
캄캄한 새벽에 전철을 탄다. 부산 사상나루에서 시외버스를 타려는데 ‘왼조각달’은 보이고 별은 안 보인다. 큰고장을 벗어나기까지 붐비지만, 광양과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갓지다. 10:50에 고흥읍 버스나루에 닿는다. 할매할배는 서로 먼저 타려고 장난아니게 밀쳐댄다. 멀거니 지켜본다. 왜 할매할배는 “먼저 타이소?” 같은 말을 서로 못 하거나 안 할까? 나는 11:30 버스를 탄다. 황산마을에서 내려 논두렁을 걷는다. 구름 없이 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며 바람소리를 듣는다. 겨울쑥은 찬바람에 잎이 꼬부랗다. 집에 닿아 씻고서 18:30까지 죽은듯이 잤다. 오늘 다시 별밤을 맞는다. 《당신 곁에 서려고 이만큼 걸었습니다》를 멍하니 읽었다. 오빠(전태일)를 곁에서 지켜본 동생이 오빠가 더는 갈 수 없던 새길을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얼마나 가난하고 배고파야 했는지 또박또박 적는다. 이제 ‘동생’ 전순옥 님은 어린날처럼 배를 곯거나 울지 않으실 테지. 왜 울어야 했고, 어떻게 울어야 했으며, 얼마나 떠돌아야 했고, 얼마나 다치고 아팠는지 차곡차곡 여미었다고 느낀다. 다만, 생채기에 멍울에 응어리를 더 낱낱이 더 길게 더 넓게 담아내어도 되었으리라 본다. 아직 풀어내지 못 한 보따리를 곧 풀어내 주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