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17. 미워하는 마음 없이



  총에 맞아 고꾸라진 우두머리 박씨 곁에 앉아서 술자리를 모셨다는 어느 분이 부른 노래로 “백만 송이 장미”가 있다. 이 노래를 즐기는 분이 많은데 막상 노랫말처럼 “미워하는 마음 없이” 이웃을 마주하는 분은 대단히 드물다.


  워낙 드물거나 힘들기에 아예 노래로 부르는구나 싶은데, 노래로 부르지만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물어뜯기에 바쁘다. 미워하는 마음 가득히 할퀴고 빼앗고 담을 치고 끼리끼리 노는 나라이다.


  사랑은 오직 사랑이다. 지난날에는 옳고그름을 가르는 글은 드물었다. 왜냐하면 옳고그름은 “우두머리 틀(논리)”이다. 우두머리는 그들만 옳다고 여기면서 사람들을 길들인다. 그런데 우두머리를 끌어내리는 사람들도 우두머리하고 똑같은 틀을 쓰기 일쑤이다. 프랑스에서 목아지치기는 끝없는 목아지치기로 이었다. 이른바 ‘단두대’를 왜 그만두었을까? 미움질로는 손가락질로도 성에 안 차서 물어뜯고 죽여야 하는데, 죽여놓고도 주검을 찢는데, 이러고도 성에 안 차게 마련이다.


  예부터 우리는 얼뜨기한테도 국밥 한 그릇을 베풀었다. 이제 붙잡힌 그들한테 날마다 소맥 한 모금만 쉰 해 동안 베풀어서 그곳(감옥)에서 조용히 잊힌 채 살도록 하면 된다. 사랑을 따스히 베풀어 주자.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쉰 해 동안 날마다 한 모금씩만 베풀어 주자. 그리고 그들한테 호미와 낫과 텃밭 10평을 나눠주자. 곁밥(안주)은 손수 심고 가꾸어서 먹으라고 베풀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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