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구식 2025.1.5.해.



사람이 누리는 삶에서 ‘새롭’지 않은 길이란 없어. 모든 길이 새로워. 사람이 지내는 삶에서 ‘오래’지 않은 길이란 없어. 모든 길이 오래지. 길이란 새로우면서 오래 흘러왔어. 삶이란 새로우면서 오랜 길이야. 누가 “이런 말은 참 ‘구식’이네요”라 한다면, ‘구식’이라는 말처럼 낡았다는 뜻일까? 무엇을 ‘구식(옛)·신식(새)’으로 가르는 이라면, 무엇에나 흐르는 밑동과 빛줄기를 안 보다가 어느새 못 본다는 뜻이란다. 갓난아기라서 새몸이지 않고, 할아버지라서 헌몸이지 않아. 누구나 스스로 느끼는 대로 입는 ‘새몸’이자 ‘오래몸’이야. ‘오래’라는 말은 “오늘로 온 길”이라는 첫뜻과 “어제부터 오늘을 거쳐 모레로 잇는 길목”이라는 다음뜻이 있어. ‘오래 = 골목’이기도 하단다. ‘새’란 새벽처럼 다시금 밝는 빛이면서, 하늘과 땅을 잇는 곳이라는 뜻이야. 가만히 보면 ‘오래’하고 ‘새’는 ‘밤’과 ‘낮’처럼 자리와 때만 다를 뿐, 밑빛은 같으면서 나란히 흐른단다. 사람이라면 그저 ‘옷’을 입고서 ‘집’을 짓고 ‘밥’을 머금어서 ‘삶’을 누리는 ‘길’을 가는 동안 하나하나 배워서 익히는 사이에 ‘생각’을 하고 ‘씨앗’을 심어서 ‘사랑’으로 이르지. ‘씨앗’이란 말씨·글씨·맵시·솜씨·마음씨야. 옷·밥·집으로 이루는 삶을 스스로 온몸으로 받아들이기에 배울 수 있고, 이때에 이곳에서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사랑을 알아보고 눈떠. 그런데 ‘몸’이나 ‘옷밥집’이 새것이냐 옛것이냐 하고 따지면, 그만 ‘삶’이 아닌 ‘겉’만 쳐다보느라 ‘껍데기’에 얽매여. 이러면 삶을 등지다가 눈을 못 뜨지. 늙어가고 낡아간단다. 오래면서 새롭고, 새로우며 오랜 몸과 옷밥집을 늘 그대로 보고 담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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