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46
《自轉과 公轉》
성내운 글
새교실
1976.1.1.
부릉부릉 몰지 않는 길잡이(교사)가 더러 있을 테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길잡이는 걸어서 배움터를 오가지 않는다고 할 만합니다. 시내버스나 시골버스를 타는 길잡이조차 드뭅니다. 지난날에는 교사·교무주임·교감·교장 다 걸어다니며 아이 곁에 섰어도 아이들을 두들겨패고 돈을 우려냈습니다. 《自轉과 公轉》은 그즈음 길잡이답지 않은 길잡이를 나무라는 줄거리를 담아서 “새교실 1월호 보너스 북”으로 처음 나옵니다. 짐(숙제)을 마구 퍼붓기, 힘을 쥐락펴락 눈치보기, 끝없는 청소와 대청소, 너무 길고 넘치는 수업이 왜 어떻게 배움길하고 동떨어지는지 짚으면서, 이 나라 배움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하고 보탭니다. 스스로 밝게 살림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물려받을 살림과 사랑도 못 짓게 마련입니다. 부릉부릉 다니는 길잡이는 아이들한테 ‘너희도 스무 살 지나면 이렇게 다니라’고 알리는 셈입니다. 같이 거닐면서 다 다른 철을 느끼고 이웃마을을 헤아리고 하늘빛과 들빛을 읽는 눈썰미를 나눌 때라야 길잡이입니다. 다만 1976년과 2025년은 뒤집어진 듯싶습니다. 지난날에는 가르침이 없었다면 오늘날에는 배움이 없어요.
“청소하는 사람을 따로 쓰자면 돈이 드니 어린이에게 시켜서 돈을 아끼기로 하자” 이래서 시키시는 청소는 아닐 것을 저는 빕니다 … 그런데 이상하네요, 지금의 우리 선생님은 이토록 성질이 건강하신데도 다른 선생님들은 어째서 그토록 심한 병을 얻으셨을까요? 병을 앓으신 선생님들을 위해서나 그분들한테서 배우느라고 날마다 그럭저럭 열시간 가까이를 그분들 곁에서 지내는 저희들 꼬마들을 위해서나 한시 바빠 그 병을 고쳐야 하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67, 73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