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7.

오늘말. 좋다


말밑을 살피는 사이에 ‘좋다’라는 낱말을 아예 안 쓰다시피 합니다. 예전에는 그럭저럭 끄덕이듯 받아들인 ‘좋다’였어요. ‘좋다 = 마음에 들다’인 얼거리를 풀면 ‘좋다 = 마음에 안 드는 모두 싫어해서 내치다’라는 결을 읽은 뒤부터는, 스스로 보아주고 둘레를 너그럽게 껴안을 줄 아는 마음이고 싶기에 ‘즐겁다’라든지 ‘어깨동무’라든지 ‘반갑다’ 같은 낱말로 추스릅니다. 들숲에 길잡이풀이 있듯, 우리가 쓰는 말글에도 길잡이말이 있습니다. 저마다 마음을 나타내는 말씨 하나로 마음씨가 바뀝니다. 스스로 마음을 드러내는 낱말 하나로 마음빛뿐 아니라 눈빛이 확 다르게 흘러요. 좋은말을 보여주려고 하면 오히려 좁습니다. 좋은책을 알리려고 하면 도리어 좁아터져요. 겨울이 저물 무렵 돋는 납작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그냥그냥 그럴만하다고 여겨서 ‘좋다’를 써도 안 나쁘지만, 서로 즐겁게 사랑을 받고 나누는 길로 나설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기쁘고 흐뭇합니다. 눈금풀 한 포기는 대단한 풀꽃이 아닙니다. 바닥꽃 같은 수수한 들나물이 우리 살림결을 밝힙니다. 팔짱을 끼는 길은 둘이에요. 너하고 나랑 손을 잡는 팔짱이기를 빕니다.


ㅅㄴㄹ


가만히·고개끄덕·그대로 두다·그럴만하다·끄덕이다·껴안다·안다·있다·네·오냐·너르다·너른·널리·두어두다·둬두다·보아주다·봐주다·받다·받아들이다·받아주다·되다·좋다 ← 공인(公認)


거들다·곁들다·나서다·나타내다·내놓다·내다·드러내다·도와주다·돕다·부축·힘쓰다·-랑·-과·-와·-하고·어깨동무·팔짱·말·말붙이·말씀·말하다·목소리·소리·얘기·밝히다·보이다·보여주다·알리다·알려주다 ← 대변(代辯)


길잡이풀·눈금풀 ← 지표식물(指標植物)


납작꽃·납작풀·바닥꽃·바닥풀·앉은꽃·앉은풀 ← 지표식물(地表植物)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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