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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철학자 우후 두 번째 이야기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간자와 도시코 지음, 이노우에 요스케 그림, 권위숙 옮김 / 비룡소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6.
맑은책시렁 339
《꼬마 철학자 우후 두 번째 이야기》
간자와 도시코 글
이노우에 요스케 그림
권위숙 옮김
비룡소
2004.2.6.
《꼬마 철학자 우후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일본책 “くまの子ウ-フ”를 옮겼으니 “곰돌이 우후”나 “꼬마곰 우후”라고만 하면 될 텐데, 뜬금없이 ‘꼬마 철학자’로 이름을 바꾸었군요.
모든 아이는 늘 물어봅니다. 모든 아이는 둘레 어른이며 언니한테 물어보려고 태어났다고 할 만합니다. 조그맣게 입은 몸으로 마주하는 모든 일이 낯설면서 새롭기에 널리 받아들이면서 궁금합니다.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기에 물어봅니다. 아이 스스로 느낀 바가 얼마나 어울리거나 맞는지 궁금하기에 물어요. 낯설면서 새롭게 맞이한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받아들여서 삭이기는 하되, 둘레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는지 알고 싶어서 끝없이 묻고 다시 묻습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삭이고 말하는 얼거리인 아이입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를 ‘철학자’로 여길 만하면서 ‘과학자’로 삼을 만하고 ‘살림꾼’에 ‘사랑꾼’으로 마주할 만합니다.
아이는 귀찮게 묻지 않아요. 아이는 즐겁게 묻습니다. 예전에 물었지만 새로 묻고, 어제 물었는데 다시 묻고, 아침에 물었으면서 저녁에 새삼스레 묻습니다. 아이는 이야기를 하려고 묻습니다. 아이가 먼저 묻지 않으면 어른들은 좀처럼 말길을 안 트거든요. 아이가 먼저 물어야 어른들은 비로소 “아, 그래! 아이하고 얘기해 봐야겠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적잖은 어른은 아이한테 시킵니다. 시키는 말만 하는 어른이라면 아이는 굳이 묻고 싶지 않습니다. 시키는 어른 둘레에 있는 아이는 언제나 입을 다물어요. 시키는 어른한테서는 새롭거나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빛이 하나도 없는걸요.
《꼬마 철학자 우후 두 번째 이야기》를 곰곰이 보면, 아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서 온마을과 온숲이 이야기동무로 나섭니다. 모든 언니동생이 아이한테 다가와서 끝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 어른은 다 다른 삶을 걸어온 나날을 바탕으로 아이한테 상냥하고 나긋하고 부드럽고 즐겁게 ‘살림수다’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어른다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물어볼 때까지 기다릴 노릇입니다. 우리가 어른스러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물어볼 적에 다른 모든 일을 멈추고서 아이 눈높이에 맞추고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노릇입니다.
아이는 집과 마을과 들숲바다가 온통 놀이터이자 배움터입니다. 따로 ‘학교’라는 이름을 붙인 곳만 배움터일 수 없습니다. 아이는 아름답게 배우면서 즐겁게 뛰놀고 사랑스러운 어른이라는 사람으로 자라고 싶습니다. 이 수수께끼와 삶과 길에 부디 눈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랑 이야기하지 않거나 못 하는 사람이라면, 어른이 아닌 꼰대요 늙은이입니다.
ㅅㄴㄹ
“괜찮아. 우후야, 실망하지 마. 엄마가 좋아하는 건 이곳에 잘 있으니까.” (16쪽)
“삐삐츄츄. 어, 이상하네.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좋은걸. 나로 말하면 말이지, 되고 싶은 대로 됐으니까.” (33쪽)
나비가 대답했어. “애벌레였을 때도 무척 즐거웠지. 초록 잎사귀 위를 굼실굼실 기어다니며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실에 매달려 그네를 탔어. 사람 머리 위로 떨어져서 놀라게 해 주기도 했지.” (38쪽)
“그랬구나, 우후야. 해님은 천천히 하늘을 걸으면서 딸기를 빨갛게 해 주고 가지랑 토마토를 크게 해 준단다. 꽃도 나무도 해님이 없다면 크게 자라지 않아요. 자, 집에 들어가서 간식 먹자, 츠네타도!” (67쪽)
“이 세상엔 신기한 일들이 아주 많단다. 나는 지금 혼자서 외롭게 살고 있지만 우후를 만나다니 정말로 반가운걸. 자, 우후야 아기 강을 보고 싶니? 그럼 한숨 쉬고 나서 할머니랑 함께 찾으러 가자.” (103쪽)
뱀이 물었어. “우후야, 정말 무슨 일 있니?” 우후는 풀이 죽어서 말했지. “엄마가 내 바지를 남한테 준대요.” 뱀이 말했지. “우후야, 옷은 작아지면 당연히 벗는 거란다. 이렇게 멋진 줄무늬 옷이라도 작아지면 벗어 버리는걸.” “어, 그게 옷이에요?” “그럼, 옷이지. 몸에 딱 맞는 옷. 하지만 벗을 때는 섭섭해.” (112쪽)
#かんざわとしこ #いのうえようすけ
#こんにちはウーフ #神沢 利子 #井上洋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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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철학자 우후 두 번째 이야기》(간자와 도시코·이노우에 요스케/권위숙 옮김, 비룡소, 2004)
식탁 위에 놓을 꽃이 필요했는데
→ 밥자리에 놓을 꽃을 바랐는데
16쪽
강 속을 송사리가 헤엄치고 있었어
→ 냇물에 송사리가 헤엄쳐
20쪽
이불이 젖어서 차가운 건 싫지만
→ 이불이 젖어서 차가우면 싫지만
21쪽
투덜대고 있는 건 누구지
→ 투덜대는 아이 누구지
→ 누가 투덜대지
54쪽
무엇을 굽고 계세요
→ 무엇을 구우셔요
55쪽
달님에게 줄 경단을 만들지
→ 달님한테 줄 구슬떡 빚지
→ 달님 줄 밤톨떡 굴리지
69쪽
우후한테로 다가왔어
→ 우후한테 다가와
70쪽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하더니
→ 어젯밤부터 내리더니
80쪽
옆에 오면 위험해. 아빠는 제설차니까
→ 옆에 오면 다쳐. 아빠는 눈쓸이니까
81쪽
저쪽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고 있었어
→ 저쪽에서 누가 손을 들어
85쪽
바지가 무척 작아졌네
→ 바지가 무척 작네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