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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ㅣ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4
고은 지음 / 민음사 / 1974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3.
노래책시렁 467
《復活》
고은
민음사
1975.1.1.
아직까지도 《復活》(고은, 민음사, 1975)이라는 꾸러미가 멀쩡히 누리책집에 뜬다니 놀랍습니다. 우리는 부스러기 하나 털지 못 하고, 찌끄러기 하나 씻지 못 하는 채 멀뚱멀뚱 어영부영 허둥지둥 살아가는 하루인 듯싶습니다. 이런 부스러기에 찌끄러기가 쌓여서 갖은 눈물바람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더 정갈할 노릇이지만, 글이라는 핑계로 거나꾼으로 해롱거리거나 줄담배를 자랑으로 삼기 일쑤였습니다. 한 모금 술이라든지 담배가 나쁠 까닭이 없어요. 느긋이 나긋이 오붓이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실마리로 얼마든지 누릴 만합니다. 그러나 혀가 꼬부라지도록 들이켜면서 응큼짓을 일삼을 적에는 추레합니다. 나이를 앞세워서 꼬장을 부리면 꼴사납습니다. 둘레에서 나무라고 다그쳐야 합니다. 거나꾼을 오냐오냐하면서 추켜세울 뿐 아니라, 거나꾼하고 술자리를 함께한 하루를 보람으로 여긴 미친짓까지 오래오래 이은 민낯을 이제부터 씻을 수 있을까요? 우두머리 윤씨가 술김에 버럭버럭한다고 나무라는 손가락을 바로 이 나라 글밭에 고스란히 돌려서 똑같이 나무라고 바로세우면서 글길이 글길로 흐르라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비로소 붓이 붓답습니다. 거나꾼이 거나꾼으로 잇고, 사랑씨앗이 사랑을 낳습니다.
ㅅㄴㄹ
이 세상의 어디에는 / 부서지는 괴로움도 있다 하니, / 너는 그러한 데를 따라가 보았느냐. / 물에는 물소리가 가듯 / 네가 자라서 부끄러우며 울 때, / 나는 네 부끄러움 속에 있고 싶었네. (눈물/25쪽)
모든 것은 이렇게 두려웁구나. / 기침은 누님의 姦淫, / 한 겨를의 실크빛 戀愛에도 / 나의 시달리는 홑이불의 日曜日을 누님이 그렇게 보고 있다. / 언제나 오는 것은 없고 떠나는 것뿐 / 누님이 치마 끝을 매만지며 / 化粧 얼굴의 땀을 닦아 내린다. (肺結核/28쪽)
누이여 그대 얼마나 땅으로 늙었는가. / 말과 마음이 같아도 / 여기서는 아득아득한지라 / 그대 얼마나 늙었는가. (豆滿江으로 부치는 편지/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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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活》(고은, 민음사, 1975)
東海 蒼茫하라
→ 샛바다 넓어라
→ 샛녘바다 길라
23쪽
震怒하는 물결과 서로 조각조각 사랑하는 물결로 물결쳐라
→ 불타는 물결과 서로 조각조각 사랑하는 길로 물결쳐라
23쪽
나의 시달리는 홑이불의 日曜日을
→ 이 시달리는 홑이불 해날을
28쪽
기침은 누님의 姦淫
→ 기침은 누님 난봉
→ 기침은 누님 느물질
28쪽
가을 아침, 財寶인 이슬을 말리며 그대들은 잔다
→ 가을 아침, 돈인 이슬을 말리며 그대들은 잔다
→ 가을 아침, 살림인 이슬을 말리며 그대들은 잔다
35쪽
살아 있는 男子에게만 가을은 집 없는 산길을 헤매이게 한다
→ 산 사내만 가을에 집 없는 멧길을 헤맨다
→ 살아가는 돌이만 가을에 집 없이 고개를 헤맨다
35쪽
러시아의 父稱을 넣지 않으련다 이제 바다는 滿潮일 것이다
→ 러시아 아비이름 넣지 않으련다 이제 바다는 밀물이리라
→ 러시아 아배이름 넣지 않으련다 이제 바다는 가득하리라
46쪽
어느 날 日沒이 늦었다
→ 어느 날 저녁이 늦었다
→ 어느 날 노을이 늦었다
68쪽
집 없어서 終點에 내렸는데
→ 집 없어서 끝에서 내리는데
→ 집 없어 끝나루서 내리는데
87쪽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奴隸的 哀愁들아
→ 사람들 하나하나 끌려가는 눈물꽃아
→ 사람들 하나하나 휘둘리는 눈그늘아
→ 사람들 하나하나 억눌리는 까만꽃아
→ 사람들 하나하나 갇힌 멍울아
1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