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07
《千里馬의 馬夫群像》
조천성 엮음
고려정판사
1969.11.1.
혀짤배기에 말더듬이 어린이는 달마다 모든 어린이가 해야 하던 ‘반공웅변발표’마다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괴뢰’라는 한자말을 자꾸자꾸 외쳐야 하는데, 소리를 내기 몹시 힘들었어요. 이제는 사라져서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6학년이던 1987년까지 달마다 하루를 통틀어 1번 어린이부터 56번 어린이까지 5∼10분 사이로 ‘반공웅변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괴뢰(傀儡)’란 한자를 어떻게 쓰고 무슨 뜻인지 아는 어린이는 한둘 있을까 말까였어요. 1969년에 ‘비매품’에 “特別取扱”이란 글씨가 찍혀서 나온 《千里馬의 馬夫群像》은 “北傀를 움직이는 主要人物”을 들려주는 두툼한 손바닥책입니다. 어디서 밑동을 얻어서 엮는지 아리송한 노릇입니다. 박정희가 온나라 사람을 쥐잡듯 닦달하면서 높녘사람을 모조리 “때려잡자 공산당 빨갱이”로 여기라고 을러대던 팔뚝질은 오늘날이라고 다 걷히지는 않습니다. 적잖은 이는 ‘공산(共産)’이 무슨 뜻인지조차 몰라요. 우리말로 풀면 “함께짓기”요, 단출히 옮겨 ‘두레’입니다. 함께짓자는 두레가 왜 나빠야 할까요? 우두머리한테 휘둘리는 꼭두각시라면 어리석을 텐데, “千里馬의 馬夫群”에 나오는 이름을 보면 죄다 사내입니다. 어깨동무가 없고 집안일을 등진 사내가 힘을 거머쥐니 겨울나라로 바뀌는 얼거리입니다. 요즈음 나라일꾼은 집안일이나 아이돌봄을 얼마나 할까요? 여느 아줌마와 아저씨가 나라일을 맡을 앞날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