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30. 구슬떡
동그랗게 빚으니 동글떡이다. 밤돌만 하게 내놓아서 밤톨떡이다. 구슬처럼 굴려 구슬떡이다. 사랑으로 쓰니 사랑글이고, 책으로 이루는 숲을 그리기에 책숲마실을 누린다. 광주 마을책집은 고즈넉해서 말밑꾸러미(어원사전) 막바지 손질을 하기에 아늑했다. 한 곳에만 오래 머물 수 없어서 광주중앙도서관에 갔는데 두 분 지기(사서) 목소리가 끝없이 너무 시끄럽다. 왜 책숲지기가 이렇게 쉬잖고 큰소리로 수다를 떨지? 왜 다들 암말도 않지? 시끄러워서 일감을 덮고서 일어난다.
섣달그믐을 앞두고 광주를 다녀오며 새해에 함께할 일거리를 한참 이야기했다. 우리는 여태 그저 스스로 찬찬히 일구며 걸어왔으니 이 걸음 그대로 느긋하면서 즐거이 새마당을 펼치자고 뜻을 모은다. 네 삶을 네가 네 손으로 쓴다. 내 살림을 내가 손수 적는다. 눈빛을 밝혀서 여러 이웃님하고 책숲을 가꾸는 씨앗길을 차분히 열 만하다.
오늘은 등짐에 책을 조금만 담았다. 발걸음과 이야기와 겨울바람을 물씬 담고서 보금숲으로 돌아간다. 해가 져도 별빛을 모조리 불빛으로 가리는 곳을 벗어난다. 시외버스는 멧숲을 가로지른다. 주암못을 지나고, 벌교를 지나고, 과역을 지나 고흥읍에 내린다. 택시로 갈아탄다. 마을에 들어선다. 보금숲 마당에 들어서니 별빛과 아이들 목소리가 반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