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82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안내 1966년도》
편집부 엮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65.
2000년 무렵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서울 종로구 평동으로 살림집을 옮겼습니다. 적십자돌봄터 뒤켠 조그마한 골목집에 깃들면 서울 어디나 걸어서 책집마실을 다닐 만하리라 여겼습니다. 걷거나 두바퀴로 책집마실을 다니는데, 이화여대를 가로지르면 신촌 둘레 책집을 오가기 수월하고 빠르지만 이태 남짓 쭈뼛쭈뼛 멀리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오늘도 한참 돌아가기는 버거워. 그냥 가로질러 보자.”고 여기며 책짐을 등과 두 손에 잔뜩 이고 쥔 몸으로 이화여대 어귀로 들어섰어요. 사내가 막 들어가도 되나 걱정했지만 어느 누구도 안 쳐다볼 뿐 아니라, 막는 손조차 없습니다. 가볍게 뒤쪽(후문)으로 나와서 집까지 걸었습니다. 배우는 살림에 마음을 쓴다면 길손을 구경할 일이 없겠다고 느꼈어요. 그러고 보면 길잡이나 여느 일꾼은 순이돌이가 고루 있고, 배움터 둘레 마을사람이 어쩌다가 지나갈 일도 있겠지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안내 1966년도》는 1966년에 새길을 그리던 푸름이가 보았을 테고, 뜻한 대로 배움순이라는 길을 걸었든 못 걸었든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겠군요. 고르게 볼 줄 알고 너르게 살필 줄 알며 두루 품을 줄 알도록 나눌 배움터입니다. 어깨동무를 이루려면 서로 몸을 낮추며 마음으로 사귀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