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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음식 ㅣ 빛깔있는책들 - 음식일반 214
김지순 지음 / 대원사 / 1998년 5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7.
인문책시렁 388
《제주도 음식》
김지순 글
안승일 사진
대원사
1998.5.15.
《제주도 음식》은 제주섬에서 이어온 여러 밥살림을 단출히 들려줍니다. 이모저모 알차다고 여길 만하면서도 자꾸 갸우뚱했습니다. 제주섬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요리’나 ‘조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밥’을 했습니다. 다 다른 삶터에서 다 다르게 살림을 가꾸면서 그때그때 알맞게 밥을 짓고 하고 차리고 나누면서 지냈습니다.
아무래도 어떤 틀(학문적 성과)에 맞추려고 하면서 수수밥(서민음식)을 깎아내리는 얼거리로 흐를 수밖에 없었구나 싶어요. 임금밥(궁궐음식)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겠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심고 거두고 캐고 손질한 다음에,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지지고 볶고 익히고 끓이고 삶는데, 이렇게 하고서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차릴 뿐 아니라, 손수 치우고 건사하는 기나긴 부엌살림이자 밥살림입니다.
밥살림은 “먹고 끝!”이 아닙니다. 밥차림은 “맛밥 찾기!”가 아닙니다. 밥살림이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저마다 다른 들숲바다를 누비고 누리면서 스스로 찾아내고 알아내어 지은 오랜 슬기입니다.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하는데 무슨 멋을 부리겠어요. 아이들이 기다리는데 무슨 멋을 내겠어요. 그렇다고 서두르지 않는 밥살림입니다. 다같이 챙기고 다함께 차려서 나란히 누리면서 오순도순 즐거운 밥살림입니다. 이런 얼거리로 ‘제주밥’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여는말부터 맺음말까지 확 다르리라 느낍니다.
누가 일하는 사람인지 바라볼 노릇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살림을 지었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제주음식의 인문학적 접근’이 아니라 ‘제주사람으로서 살림을 지은 나날’로 스며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ㅅㄴㄹ
제주 여인들은 식량을 확보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요리’를 할 여유가 없었다. 요리는커녕 식품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일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이 귀하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만들었고, 일이 많다 보니 시간이 없어 되도록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먹는 음식을 찾게 되었다. (21쪽)
생활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세끼만 먹었고 간식은 거의 없었다. 이것은 절약하는 생활 습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중노동을 하는 사람도 간식은 먹지 않았다 …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음식이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발전하지 못하였다. (24쪽)
제주 음식에는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도 귀하여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때는 간장, 물, 식초, 파, 마늘, 깨소금을 섞고 고춧가루를 약간 뿌린다. (27쪽)
지난날 제주도의 농촌에서는 여름철 밭일을 나갈 때 재료와 생수를 준비하여 갔다가 즉석에서 냉국을 만들어 먹곤 하였다. (46쪽)
지난날에 비해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식품의 종류나 조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육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식생활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식생활의 개선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일부 전통 향토 음식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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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음식》(김지순, 대원사, 1998)
식량이 귀하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만들었고
→ 밥이 적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했고
21쪽
생활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세끼만 먹었고 간식은 거의 없었다
→ 살림결에 따라 적잖이 다르지만 다들 하루 세끼만 먹고 샛밥은 거의 없었다
24쪽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음식이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발전하지 못하였다
→ 이 탓에 제주섬에서는 온갖 먹을거리를 짓거나 북돋우지 못하였다
24쪽
재료와 생수를 준비하여 갔다가 즉석에서 냉국을 만들어 먹곤 하였다
→ 밑감과 샘물을 챙겨서 바로 찬국을 내어 먹곤 하였다
→ 밑거리와 물을 챙겨서 곧장 찬국을 담가 먹곤 하였다
46쪽
지난날에 비해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식품의 종류나 조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육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식생활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
→ 지난날에 대면 이제는 제주섬에서도 밥갈래나 밥차림이 늘고 뭍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밥빛도 널리 꽃피운다
1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