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합격을 2024.12.15.해.
누가 알아보기를 바란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누가 알아볼 때까지 소리치고 춤추면 얼마나 쓸쓸할까. 알아보는 이가 없는데 자꾸자꾸 외쳐야 하면 얼마나 답답할까. 왜 “누가 알아보아 주기”를 바라겠니? 스스로 고요히 마음속을 안 쳐다보는 탓이야. 왜 자꾸 끝없이 더 소리높이며 “나를 알아봐 주라고!” 하고 떠들겠니? 그이부터 이웃을 안 알아보고 동무를 안 알아보고 집안을 안 알아보고 들숲바다를 안 알아보는구나. 그이가 먼저 제 속마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려고 할 때에는 외로울 까닭이 없어. 그이가 이웃을 헤아리고 동무를 돌아보려고 할 적에는 안 쓸쓸하지. 그이가 온누리 들숲바다로 다가가서 품에 안기면, 그저 너르고 넉넉하면서 푸근하게 이 하루를 살아간단다. ‘나·너·우리’라는 길을 차분히 짚으면서 생각을 짓기에 ‘사람’이라는 이름이야. 사람은 누구나 ‘나’로만 이루지 않아. ‘너’나 ‘우리’만으로도 이루지 안아. ‘나·너·우리’가 나란하기에 스스로 빛나. 너는 어디에 붙고(합격) 싶을 수 있어. 어디에 안 붙으면 싫거나 서운하다고 여기지. 그래, 붙어야 한다면 붙겠지. 붙지 않으면서 배우고 하고 마주할 삶이 있으면 안 붙어. 너는 “붙는 그림”이 아닌, “무엇을 하려는 길”인가 하고 생각하는 그림을 볼 일이야. 붙기에 반기고 기뻐할 수 있는데, 안 붙어도 기뻐하고 반기는 마음일 노릇이야. 언제나 모두 네 삶이거든. 해는 늘 고루 비추지만, 네가 사는 별이 빙그르르 돌기에 낮밤이 있고 네철이 있어. 해는 늘 빛볕살을 나란히 베풀고, 너희 별은 늘 다르게 받아들여. 네가 붙을 적에만 알아보는 이라면, 널 모르는 사이야. 네가 안 붙을 적에만 알아보는 이도, 널 모르는 사이야. 널 아는 사이라면, 네 ‘꿈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