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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
이와모토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25.
시골잔치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
이와모토 나오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12.15.
서울이라서 더 바쁘거나 시골이라서 안 바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일하는 결이 다릅니다. 서울은 더 좁은 곳에 더 많이 붐비는 고을인 터라 사람한테 더 치이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은 더 넓은 곳에 더 적게 띄엄띄엄인 고을이니까 뭇사람을 넓고 깊게 마주하려 하지 않으면 일이 어긋나는 짜임새입니다.
앞가림(재정자립)을 하는 고을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시골로 갈수록 ‘군청’이 으리으리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웬만한 군청은 하나같이 시청이나 도청보다 우람합니다. 군청 일꾼도 너무 많습니다. 이 어긋난 굴레와 실타래가 어떤 민낯인지 들여다보려는 고을지기(군수)는 안 보입니다. 나라 곳곳이 온통 곪고 썩어도 이를 들여다보려는 글바치(기자·작가)도 안 보입니다. 이제 숱한 글바치는 서울에 거의 몰렸고, 서울 아닌 큰고장에 깃들어요. 면소재지에서 사는 글바치조차 보기 어렵고, 면소재지에서 한참 먼 두멧마을에서 살아가는 글바치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이라는 그림꽃이 있습니다. 아마 첫판조차 안 팔리고 사라졌을 텐데, 석걸음으로 여민 이 그림꽃은 ‘일본 시골 면사무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죽어가고 무너지고 사라지려는 시골을 그냥 팔짱을 끼면서 죽어가라거나 무너지거나 사라지라고 할는지, 아니면 억지로 되살리려고 할는지, 아니면 천천히 어깨동무하면서 느긋이 앞길을 내다보려고 할는지, 여러 갈래 가운데 어느 길을 우리 스스로 바라보느냐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이 그림꽃은 ‘죽어가고 사라지려는 조그마한 두멧시골’이 살아날 여러 실마리 가운데 하나로 ‘시골잔치(지역축제)’를 꼽는데, 우리나라에 익숙하거나 흔한 시골잔치하고 다릅니다. ‘마을 뒷동산에서 자라는 큰 벚나무’ 한 그루를 바탕으로 ‘자동차 아닌 뚜벅이’로 찾아가고 둘러보며 도시락을 누리는 조촐한 시골잔치를 꾀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부릉부릉 휙 달려와서 부릉부릉 휙 달아나는 멋대가리없는 시골잔치가 아닌, 고작 10분 노래를 하면서 5000만 원씩 챙기는 ‘서울에 계신 이름난 노래꾼’을 몇 억씩 쏟아부어서 모시는 얼뜬 시골잔치가 아닌, 목돈도 작은돈도 들이기 어렵거나 아예 돈을 안 들이면서 꾀하는 수수하고 투박해서 그야말로 시골스러운 시골잔치로 시골이 살아날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생각할 노릇입니다. 저마다 의젓하게 꿈을 그릴 노릇입니다. 서울은 서울대로 아름답습니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은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군포 안산 구미 춘천 경주 나주 전주 청주 충주 통영 진주는 저마다 아름답지요. 굳이 다른 고을이나 서울을 닮거나 따라가야 할 까닭이 없어요. 다른 데에서 하니까 나란히 해야 하지 않고, 아직 아무 데에서도 안 하니 안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고을이건 그저 우리 고을을 바라볼 일입니다. 우리 잔치를 꾀하고, 우리 젊은이와 어르신을 바라보고, 우리 아이들과 아기를 사랑하고, 우리 들숲바다를 품고, 우리 노래를 부를 일입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어린이는 푸른배움터나 열린배움터를 다니자면 마을을 떠나야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큰고장으로 떠나서 배우더라도 즐겁게 제 마을로 돌아와서 알뜰살뜰 땀흘려 일할 만한 바탕을 다지는 노릇을 해야 할 고을지기(군수)요, 고을일꾼(군청·면사무소 공무원·교사)입니다. 서울사람이 문득 놀러왔다가 흠뻑 사로잡혀서 그대로 눌러앉고픈 들숲바다와 마을빛을 돌볼 노릇인 고을지기에 고을일꾼입니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억지로 예쁜꽃을 심지 말아야 합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길은 안 넓혀야 합니다. 그저 시골버스로 느슨히 오가면서 걸어다니고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야 할 시골입니다. 돈이 될 일거리는 그만 만들고, 이제부터는 손수 살림을 짓도록 이바지하는 데에 고을돈(지역예산)을 들일 노릇입니다.
시골이 살아남으려면 이제라도 풀죽임물(농약)과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몽땅 걷어내고서, 비닐도 더는 안 쓰기로 해야겠지요. 경운기·트랙터·콤바인까지 모두 치우고서, 수레를 끌고 모는 얼거리로 바꿔야겠지요. 손과 발로 일하면서 해바람비를 머금는 길로 갈 적에만 비로소 시골이 살아남습니다. 여태까지 손발을 멀리하고 해바람비를 등지는 길로 돈만 옴팡지게 쏟아부었는데, 이럴수록 시골이 더 빨리 늙고 죽어가기만 했습니다. 이런 판에도 또 돈만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 얼거리라면, 이 큰돈은 다 누구 뒷주머니로 흘러든다는 뜻 아닌가요?
ㅅㄴㄹ
“유채꽃이 장난 아니네?” “유채꽃이 아니라 겨자거든? 먹으면 꽤 맛있어. 최근에 편의점 생겼는데 들렀다 갈래? 어차피 다른 가게도 없으니까.” (6쪽)
“오빠, 이 마을에 고등학생 이상의 젊은이는 우리 셋밖에 없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9쪽)
“나 같은 애는 어린 거 빼곤 아무 장점도 없으니까.” “무슨 소리야? 너같이 시간 잘 지키고 성격 좋은 애가 어딨다고. 넌 옛날부터 좋은 애였어.” (20쪽)
“미안해, 오빠. 고마워. 그렇게 동네 심부름 가는 차림으로 달려와 줘서.” (48쪽)
“쌍방향에서 차가 올 때 반드시 어느 한쪽은 기다려 준다거나 길에서 만난 고등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거나, 그런 곳이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요. 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76∼77쪽)
“그래도 갔다 와, 형. 풀죽어 돌아와도, 지금이라면 어느 집에 들어가든 따뜻한 밥 한 끼는 내줄 거야. 형이 하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거든.” (114쪽)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사람들은 반대할까?” ‘괜찮아, 여름축제도 해냈는데 뭐.’ “축제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야. 마을 전체를 설득해야 해. 그동안 이렇게 대규모의 일을 생각한 적도 없고, 했다가 실패할까 봐 두려워.” ‘하지만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잖아.’ (175∼176쪽)
#雨無村役場産業課兼觀光係 #岩本ナオ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이와모토 나오/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