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17. 높임말이란
높임말은 나를 낮추는 말이지 않다. 높임말은 나를 낮추는 듯하지만 내가 나를 노을과 노래처럼 바라보는 말이라고 여길 만하다.
억지로 시키거나 나이로 누르거나 힘으로 옭매거나 벼슬로 휘두르는 말씨는 높임말이 아닌 ‘시킴말’이다. 이른바 ‘명령’을 마치 높임말이라도 되는듯 몰아붙이는 나라는 엉터리이다.
높임말은 어른이 아이한테 쓰는 말이다. 어른이라면 둘레에서 나한테 높임말을 쓰지 않기를, 그저 누구나 스스로 높이기를 바란다. 보라! 참어른은 늘 아이 곁에 눈을 맞추고 서서 높임말을 쓴다. 나이로 찍어누르거나 몰아세우는 이는 죄다 꼰대에 늙은이라고 하겠다.
어른이란 꽃대이다. 늙고 낡았으니 꼰대이다. 어른은 씨앗을 남기려고 곷대를 올리고서 겨울잠에 든다. 새봄에 아이들이 깨어나기를 바라기에 꽃대인 어른이다.
꼰대나 늙은이는 꽃대가 안 되거나 등지거나 잊은 딱하고 슬픈 굴레이다. 꼬부라지고 꼬여서 꼰대이다. 아이 앞에서만 꼿꼿하고, 힘꾼 이름꾼 돈꾼 앞에서는 꼬박꼬박 굽히기에 꼰대이다.
곧 어린배움터를 마칠 과역초등학교 어린씨 앞에 서서 살림말과 막말과 좋은말과 나쁜말과 높임말이 어떻게 다른지 풀어서 들려준다. 이제 이야기씨앗을 뿌렸으니 집으로 돌아가서 등허리를 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