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8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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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3.

님이 깃든 이 집


《은여우 18》

 오치아이 사요리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3.4.30.



  모든 사람은 숨을 쉽니다. 숨에는 빛이 흐르고, 이 빛으로 저마다 살아가는 기운을 얻어요. 모든 풀꽃나무도 숨을 쉽니다. 숨마다 빛살이 흐르면서, 이 빛살로 다 다르게 살아가는 기운이 샘솟습니다.


  언제나 새로 내쉬고 들이쉬는 숨을 헤아린다면, 너랑 나는 다 다르게 하나인 줄 알아볼 만합니다. 숨줄기에 어리는 빛줄기를 알아보기에, 누구나 하늘빛으로 물드는 목숨붙이인 줄 깨닫거든요. 숨을 헤아리지 않기에, 너하고 내가 다 다르게 하나인 줄 모르지요. 숨줄기도 빛줄기도 하늘빛도 모르는 탓에 그만 자꾸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무너지거나 무너뜨립니다.


  《은여우 18》(오치아이 사요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3)을 돌아봅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하고 어른을 보여줍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배우면서 자라요. 둘은 사근사근 어울리는 하루입니다. 내가 배운 삶을 너한테 들려줍니다. 네가 배운 삶을 내가 귀여겨듣습니다. 우리한테 다르게 깃들지만 늘 오가는 숨결과 바람결에 서리는 마음을 읽으려고 합니다. 읽으면서 잇고, 이으면서 새로 읽어요. 그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품을 넓히고 길을 틔웁니다.


  님이 깃든 집이기에 몸입니다. 별님이 깃듭니다. 꽃님이 깃듭니다. 바다님이 깃들고, 바람님이 깃들어요. 내가 내쉰 숨은 돌고돌아서 네가 들이쉽니다. 네가 내쉰 숨은 돌고돌아서 내가 들이쉬고요. 숨결이 오가고 숨빛이 만납니다. 숨소리가 흐르고 숨줄기가 어울립니다.


  맨눈으로 님을 볼 수 있고, 마음으로 님을 볼 수 있어요. 두 손으로 님을 안을 수 있고, 마음으로 님을 안을 수 있습니다. 잘잘못이나 옳고그름을 따질 만하지만, 잘잘못에 얽매이면서 마음을 잊고, 옳고그름에 옭죄이면서 생각을 잃습니다. 잘하거나 잘못한 모든 일을 너그러이 바라보는 틈을 내기에 배워요. 옳거나 그른 모든 일을 고르게 살펴서 달래는 자리를 열기에 배우고요.


  구름은 어떻게 흐를까요?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은 어떻게 어울릴까요? 비는 어떻게 내리기에 우리 이마나 작은 꽃송이를 톡톡 건드려도 아무도 안 다칠까요? 비는 어떻게 오시기에 온누리 저지레를 말끔히 씻는가요?


  눈을 뜨고 바라보면서 배우는 길입니다. 눈을 감고 받아들이면서 배우는 날입니다. 눈을 밝혀 하나씩 가꾸면서 배우는 살림입니다. 눈을 틔워 새롭게 일구면서 배우는 오늘입니다. 숨을 한 줄기씩 마시듯 한 가지씩 배우고 나누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ㅅㄴㄹ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은 ‘고맙다’여서, 내가 건강한 것에 ‘고맙다’고 말하시거든.” (30쪽)


“나? 난 신사 좋아하지. 안 그럼 이런 걸 왜 돕겠어!” (84쪽)


“우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도, 그건 신이 정한 자연의 흐름. 그리고 보이지 않는다 해도 우린 여기에 있지 않니.” (116쪽)


“우린 이제 사토루의 또 하나의 집이기도 하니까!” (206쪽)


#ぎんぎつね #落合さより 


어딜 가도 특별취급을 받았거든

→ 어딜 가도 잘 봐줬거든

→ 어딜 가도 유난스러웠거든

→ 어딜 가도 추켜세웠거든

29쪽


후계 이야기 같은 거 고루하지

→ 뒷길 이야기라면 따분하지

→ 뒷일 이야기라면 고리타분하지

30쪽


너 일하는 중이잖니

→ 너 일하잖니

→ 너 일하다 왔잖니

41쪽


이렇게 젊은 신안을 가진 자가 있다니

→ 이렇게 젊은 빛눈인 이가 있다니

→ 이렇게 젊은 새눈인 분이 있다니

44쪽


삼자대면 때 기억 못 하시나

→ 세맞이 때 안 떠오르시나

→ 세자리 때 생각 안 아니사

51쪽


우리도 이 넓∼은 숲의 일부일 뿐이란다

→ 우리도 이 넓은 숲에서 하나일 뿐이란다

→ 우리도 이 넓은 숲을 이룰 뿐이란다

118쪽


그것도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 그래도 즐거우니까요

→ 그래서 즐거우니까요

165쪽


귀국했더니 시간 되는 게 너밖에 없었다고

→ 돌아왔더니 너만 짬이 있더라고

→ 다시 왔더니 너만 틈이 나더라고

18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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