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1.


《35년 1 1910-1915》

 박시백 글·그림, 비아북, 2018.1.2.



제주이웃님이 귤을 한 꾸러미 보내주신다. 나는 아이들이 누릴 귤을 으레 작은꾸러미를 장만해서 어깨로 지고 나르니, 뚜벅이 저잣마실을 하는 몸으로서는 몹시 고맙다. 이웃이라는 길을 돌아본다. 담을 마주한 집이기에 이웃이지 않다. 마음을 마주하는 사이라서 이웃이다. ‘이웃’은 ‘잇다’와 ‘아우르다’라는 낱말이 밑동이다. 요즈막에 우두머리를 비롯해 여러 벼슬아치 막짓이 새삼스레 크게 불거지는데, 온쓸이(대청소)를 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옳다(정의)고 외친대서 그들이 옳지 않다. 이른바 ‘일끊긴(경력단절)’ 분이 대단히 많은데, 아이를 낳고 돌보느라 한참 일을 쉰 아줌마야말로 나라지기를 맡고, 벼슬(국회의원·시도지사)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 곁에서 일한 살림손에다가 스스로 익히고 가꾼 마음밭이 있는 아줌마가 앞에 나서야 이 나라가 깨어난다. 《35년》을 보면서 참 더부룩했다. ‘옳소리’를 하는 듯하지만 온통 사내밭이다. 박시백 씨가 선보인 《조선왕조실록》도 온통 사내밭에 임금밭·벼슬밭이다. ‘사람’은 어디 있을까? 들꽃은 어디 필까? 이제 목소리는 그만 내고서 살림을 지을 때 아닌가? 오늘은 포근히 쉰다. 쉬다가 일하고, 다시 쉬고서 일하고, 또 쉬고서 일한다. 바람이 맑고 겨울새가 반갑고 일찍 찾아오는 밤이 깊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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