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1006
《머나먼 갑자원 10》
토베 료야 글
야마모토 오사무 그림
김갑식 옮김
서울문화사
1998.6.10.
류우큐우(오키나와)는 워낙 일본이 아닌 류우큐우입니다. 일본은 스스로 저지른 불씨(전쟁범죄) 탓에 미국이 총칼을 이끌고 자리를 잡는데 ‘일본땅에 미국 총칼이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조리 류우큐우에 몰아넣었습니다. 류우큐우 사람들은 얼결에 미국 총칼받이 노릇을 해야 합니다. 논밭과 집을 빼앗기고, 아이들이 시달리고, 갖은 돌림앓이가 춤추었습니다. 미국 싸울아비가 잔뜩 들어앉은 둘레에서 태어난 숱한 아이들이 못 듣고 못 말하는 몸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다닌 ‘후쿠사토 농아학교’가 있고, “못 듣고 못 말하는 몸”이라 하더라도 “듣고 말하는 몸”인 아이들하고 똑같이 갑자원이라는 자리에 나아가려고 피땀과 피눈물을 쏟습니다. 《머나먼 갑자원 1∼10》은 토베 료야 님이 눈여겨본 ‘후쿠사토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담아낸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여민 그림꽃입니다. 후쿠사토 아이들은 먼저 ‘사람’으로서 살아갈 자리(권리)부터 없이 따돌림에 손가락질을 받는 나날을 살았습니다. 나라·마을·배움터 어디에서도 따스히 건네는 손길이 없이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 곁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고, 두 사람이 있고, 세 사람이 있어요. 아주 작은 손길을 느끼고 마주하면서 스스로 눈을 뜨려고 합니다. 언제나 높다란 담벼락에 부딪히며 울고 쓰러져야 하는데, 서로 토닥이면서 다시 일어섭니다. 후쿠사토 아이들을 비롯한 숱한 사람들은 “갑자원에서 이기려”고 땀을 쏟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내는 사람으로 서려”고 온마음을 기울입니다. 세 해 만에 드디어 “봉긋꽃(청각장애인)도 갑자원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첫발을 떼는데, 아슬아슬하게 첫 겨룸마당에서 떨어졌으나, 머나먼 길은 굴레도 수렁도 아닌, 오직 작은 발자국으로 함께 바꾸어 가는 길인 줄 느껴요.
#遥かなる甲子園 #山本おさむ #戸部良也
ㅅㄴㄹ
“하는 거야! 이기고 지는 것쯤이야 아무려면 어때! … 우린 지금 자유롭단 말야! 맘대로 해도 돼! 듣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감싸고 있던 벽으로부터!” (30, 31쪽)
“엄마, 우린 이 세상에 태어났던 게 너무도 다행이라 생각해. 우린 지금, 마음속으로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어 … 우린 더이상 외톨이가 아니야. 우리가 비록 들을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들의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다들 친구들과 이어져 있었어.” (162, 163쪽)
“보청기는 어때? 괜찮니?” “반반이야.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는 점에선 좋지만 사람들 말을 확실하게 들을 수 없을 때가 있거든. 근데 사람들은 이걸 끼고 있는 걸 보고 무슨 말이든 다 들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174쪽)
“그게 아니라 전 그냥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시면.” “배려? 학생의 장애는 학생 자신의 문제잖아? 그런데도 남한테 배려를 바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194쪽)
“지금 네가 살아가고 있는 그곳, 네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그곳, 거기가 바로 갑자원이야.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친구를 만들어,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보았을 때, 거기에 바로 갑자원이 있는 거야.”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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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갑자원 10》(토베 료야·야마모토 오사무/김갑식 옮김, 서울문화사, 1998)
선두타자가 나갔어
→ 첫사람이 나갔어
→ 꼭두가 나갔어
67쪽
같은 학교에 청각장애자가 있었다니
→ 같은 배움터에 손말님이 있다니
→ 같은 배움터에 잠잠이가 있다니
231쪽
통역을 해주기 시작했거든
→ 옮겨 주거든
233쪽
수화의 꽃이 피어나고 있어
→ 손말꽃이 피어나
2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