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11. 죽어가는 네이버·다음
우리나라 누리길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하고 ‘다음’은 죽어간다. 왜 죽어가겠는가? 이들은 돈에 눈멀어 죽어간다. 뒷돈과 뒷힘을 부리려고 하던 숱한 벼슬아치가 죽어간다. 이들은 왜 죽어갈까? 이놈이건 저놈이건 똑같이 “그렇게 커다란 돈과 힘과 이름을 움켜쥐었는데에도, 그 어마어마한 돈과 힘과 이름으로도 성에 안 차서 더 돈과 힘과 이름을 싹쓸이하려고 나대”면서 죽어간다.
오래오래 즐겁게 살면서 돈을 넉넉히 버는 이라면, 그만큼 이웃한테 돈을 잘 쓴다. 언제까지나 웃고 노래하며 살림하면서 힘이 센 이라면, 언제나 힘을 기꺼이 둘레에 나누어 가난집하고 동무한다. 아름답게 이름이 남는 이라면, 제 이름을 혼자 자랑하지 않고서 늘 작은집과 작은숲을 품으면서 아이 곁에 선다.
누리길 ‘다음’은 “돈이 안 될 만한 길”을 일찌감치 접고서 멈추면서 스스로 죽어갔다. “돈이 될 만한 길”에 힘을 쏟아부으며 스스로 죽어갔다. 2024년 12월 11일에 ‘네이버’는 ‘네이버 포스트’를 이제 멈추고 없앤다고 알린다. 이에 앞서 ‘네이버책’이나 ‘네이버영화’도 없애다시피 했다. 생각해 보자. ‘포스트·책·영화’를 건사하는 데에 드는 돈은 얼마일까? ‘페이·쇼핑’을 비롯한 여러 가지로 벌어들이는 돈에 대면 티끌만큼도 아닐 텐데, 이런 ‘포스트·책·영화’를 없애며 네이버에 얼마나 돈으로 이바지할까?
윤석열 씨는 그냥그냥 우두머리 자리를 버티었어도 몇 해 뒤에 사슬터(감옥)로 붙잡힐 몸이었으나, 고개숙이면서 미리 값을 치르기보다는, 판을 갈아엎어서 버티려고 하면서 스스로 일찌감치 골로 가는, 죽어가는 길을 골랐다. 네이버가 2024년에 ‘네이버포스트’를 없애겠다고 밝힌 길이란, 스스로 죽어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이다. 네이버는 진작부터 ‘블로그·카페’에 온힘을 기울여서 키워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 했다. 자꾸 딴짓을 벌였다. 네이버·다음이 인스타·x·구글을 흉내내야 할 까닭이 있나? 없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 ‘잘 하면 될’ 뿐인데, ‘잘 하기’란, 이미 다져 놓은 작은길을 더 사랑하면서 더 가꾸는 손길이어야 한다.
종이는 곧 사라진다고, 종이책도 곧 사라진다고 설레발을 떠는 이가 수두룩한데, 거꾸로 사람들은 ‘베껴쓰기(필사)’를 한다. 아이들한테 손전화를 쥐어주면서 아이들은 놀이를 잃고 잊을 뿐 아니라, 마음과 사랑까지 잃고 잊는다. 아이들한테 ‘디지털교과서’나 ‘AI교과서’를 쥐어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하면 앞으로는 더 아무 아기도 안 태어나겠지.
바닥을 치는 아기낳이(출산율)가 그나마 0이 아닌 까닭을 생각해야 한다. 아기낳이가 0이 아닌 까닭은, 가장 투박하고 시골스럽게 ‘종이’에 ‘붓(연필)’을 들어서 글을 쓰고 읽는 작은사람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굳이 쇳덩이(자가용)를 몰지 않을 뿐 아니라, 으레 걸어다니면서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이 있는 터라, 아기낳이가 0이 아니다.
모지리 윤석열 씨만 나무란다고 해서 이 나라는 안 바뀐다. 그대 손에 쥔 전화기를 내려놓아라. 손전화에 또닥또닥 글을 남기지 마라. 아니, 남겨도 되는데, 되도록 종이에 손으로 글을 써라. 되도록 종이책을 읽어라. 되도록 마을책집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마을책집 한 곳에서 한나절쯤 머물면서 책을 다섯 자락쯤 사라. 윤석열 씨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는 못 느끼지만, 이재명 씨도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다. 오늘날 벼슬아치(시장·군수·국회의원·장관) 가운데 누가 “종이책을 손에 쥐며 읽”는가? 이들 가운데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이는 몇이나 있나? 이들 가운데 집안일을 하고, 손수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이가 한둘이라도 있는가?
앞으로 나랏일(대통령·국회·정치·행정)은 아줌마와 아저씨가 맡아야 한다. “경력단절 아줌마”와 “경력단절 아줌마랑 나란히 집안일을 맡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아저씨”가 나랏일을 맡으면, 이 나라는 비로소 아름길을 걸을 수 있다. 집안일과 살림살이와 아이돌봄을 적어도 열 해 넘게 해온 숱한 “경력단절 아줌마”야말로 “삶을 짓고 살림을 펴고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경력을 오래 쌓은 훌륭하고 듬직하며 빼어난 일꾼”이다.
네이버·다음이 왜 죽어갈까? 이들한테서는 어떤 ‘집안일 냄새’도 ‘아이돌봄 기운’도 ‘시골살이 모습’도 못 느낀다. 서울에 스스로 갇힌 ‘사무직 책상물림’으로는 그저 죽어가는 굴레일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