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냄새마다 2024.11.15.쇠.



소리마다 빛이 있고 무게가 있어. 소리를 내는 숨붙이가 제 숨결을 담아서 내보내거든. 냄새마다 빛이 있고 물기운이 있어. 냄새를 맡을 적에는 부드럽거나 짙게 흐르는 물빛을 맞아들이지. 그런데 모든 소리가 ‘살림소리’이지 않아. 길들이거나 들볶는 ‘죽임소리’가 있어. 살림소리란, 살리는 소리이겠지. 스스로 북돋우면서 둘레를 보듬고 품을 줄 아는 마음이 흘러. 죽임소리란, 죽이는 소리이겠지. 스스로 숨빛을 잊고 잃은 채 둘레 모두를 휘어잡거나 다그치거나 때리거나 옥죄려는 마음이 가득하지. 그러면 냄새에도 ‘살림냄새’하고 ‘죽임냄새’가 있을 텐데, 두 냄새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저 아무 냄새나 받아들이는 하루이니? 스스로 살리면서, 집과 마을과 숲과 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그린다면, 이 마음으로는 늘 살림소리와 살림냄새와 살림그림을 짓지. 스스로 가두면서, 집도 둘레도 숲도 별도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일 적에는 나란히 시들고 저물고 곪는 굴레를 이뤄. 온나라 길바닥을 채우는 쇳덩이(자동차·기차·배·비행기……)는 ‘매캐김(배기가스)’을 내놓지. 매캐한 김을 쐬는 풀꽃나무와 새와 벌나비는 차츰 숨빛을 잃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쇳덩이를 줄이지 않네. 쇳덩이는 더 늘어나고, 서울(도시)은 더 크고, 사람들은 매캐한 죽임김을 그냥 마시네. 풀꽃나무도 매캐김에 시달려서 시름시름 앓는데, 사람들은 무엇을 느낄까? 죽임냄새를 지우고 씻어서 살림냄새로 녹여내려는 길에 마음을 쓰는지 안 쓰는지 돌아보렴. 빛알(전기)은 어디에나 있어. 빛알은 언제나 넉넉해. “알아볼 때에 받아들이”니, 둘레를 알아본다면, 둘레를 살릴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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