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부터 2024.11.12.불.



스스로 안 하면서 남탓을 하는 이들은 둘레에서 먼저 나서며 차근차근 하고 바꿀 적에도 안 하지. 스스로 하면서 아무도 탓하지 않는 이들은 둘레에서 누가 안 나서더라도 그저 조용히 웃고 노래하면서 해. 굳이 “‘나부터’ 하자”고 여기지 않아도 돼. ‘나부터’라는 이름을 안 붙이면서 ‘한다’는 마음이면 넉넉하지. 넌 숨을 어떻게 쉬니? 옆사람더러 먼저 쉬라고 하니? 너부터 숨을 쉬어야 한다고 여기니? 그런데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숨을 쉬어도 ‘숨(바람·하늘)’이 모자랄 일이란 없어. 누구나 그저 늘 숨을 쉬면 될 일이야. 누구부터 해야 할 일이 아니고, 나부터(너부터) 나서야 풀리는 일이 아니야. ‘무엇’을 할는지 차분히 그리고서 스스럼없이 하면 풀리는 일이란다. 바다는 스스로 물결치면서 맑아. 하늘은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밝아. 해는 스스로 돌고 비추면서 따뜻해. 푸른별은 뭇목숨을 스스럼없이 품으면서 즐거워. 넌 어디를 보니? 무엇부터 할 셈이야? 앞뒤를 재거나 따질 수 있지만, ‘앞뒤’는 그만 보렴. ‘그린 일’을 보렴. ‘그린 일’에는 앞뒤가 없어. 네가 마실 바람도, 네가 쬘 해도, 네가 맞이할 비도, 뭘 먼저 해야 하지 않아. 그대로 보고 받고 품을 일이지. ‘-부터’를 아예 안 따질 수 있을까? 샘물은 어디부터 적셔야 한다고 가르지 않는단다. 비는 어디부터 내려야 한다고 못박지 않아. 이슬은 어디부터 맺혀야 한다고 줄세우지 않아. 그저 하고, 이루고, 나누고, 펴고, 노래하기에 ‘일’이고 ‘하루’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흐를 수 있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이을 수 있어. 모든 길을 그저 스스럼없이 맞이하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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