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
오늘말. 흉터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모자라서 못 미칩니다. 기운이 빠지만 자꾸 흔들리다가 넘어져서 다쳐요. 다친 곳이 또 다치면서 생채기가 깊고, 무릎도 깨지고 비뚤비뚤 어지럽습니다. 시리고 쑤신 몸을 누워서 쉴 겨를이 없으니 흉터가 남아요. 흉이 지기에 나쁠 일이 없습니다. 얼룩이 진 자국도 우리가 걸어온 삶을 나타낼 뿐입니다. 꼭 허물을 다 씻어야 하지 않아요. 허술하게 남은 티가 있을 만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옹이나 흉허물을 그때그때 되새기면서 새롭게 기운을 차려서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일이 없어 빈손으로 헤맬 만합니다. 그저 빈몸으로 휑뎅그렁하게 구르다가 노닥이기도 합니다. 무척 오랫동안 하느작이면서 갈팡질팡일 텐데, 이렇게 어정쩡하게 걷는 하루는 오히려 우리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곱씹는 발판이기도 합니다. 트집을 잡히면서 아픈곳을 쓰다듬습니다. 누군들 핀둥거리고 싶겠어요. 빈그릇을 알뜰히 채워서 나누고 싶어요. 비록 오늘은 맨몸으로 노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이 밑바닥에서 오리발질을 하면서 천천히 가다듬습니다. 엉성하고 어줍어 보이지만 오늘도 새롭게 한 발짝씩 뗍니다.
ㅅㄴㄹ
잘못·모자라다·못 미치다·빠지다·빠뜨리다·뻐근하다·뭉그러지다·이지러지다·일그러지다·시리다·쑤시다·비뚤다·비리다·깨지다·다치다·생채기·아픈곳·얼·얼룩·자국·옹이·트집·틈·틈새·티·티있다·허물·허술하다·헙수룩·흉·흉허물·흉터·흉티·흉있다·어설프다·어정쩡하다·어줍다·엉성하다·얼치기·엉망·엉망진창 ← 결함(缺陷)
일없다·일이 없다·맨손·맨몸·빈손·빈몸·빈그릇·빈둥거리다·피둥피둥·핀둥핀둥·탱자탱자·하느작·놀다·노닥거리다·뒹굴다·놀고먹다·빈둥이·노닥이 ← 니트(NEET), 백수(白手/백수건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