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쥐순이 쥐돌이 (2024.11.30.)
― 부산 〈마우스 북페어 2〉
부산에서 서면이라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습니다. 인천에서도 동인천이나 주안을 굳이 안 찾아갔습니다. 서울에서도 명동·종로·강남을 구태여 안 갔습니다. 제 발길은 책집으로만 뻗고, 책을 쥔 손으로 쉴 풀밭이나 숲으로 이었습니다.
큰고장 큰거리는 매우 닮습니다.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가게가 줄달음칩니다. 이 길거리에는 책집이 들어설 틈이 없어요. 예전에는 먹자골목 한켠에 큰책집이 나란히 있곤 했습니다. 요새는 이런 곳에 알라딘헌책집이 들어서더군요.
사람은 먹고 마시고 입기만 할 수 없습니다. 먹은 만큼 누고, 마신 만큼 쉬고, 입은 만큼 빨래하고 씻습니다. 논 만큼 일하고, 놀고 일하는 만큼 살림하고, 살림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새롭게 배우고 익혀서 다시금 이 별에서 일어설 기운을 숲빛으로 차립니다.
부산 서면 한켠 ‘KT&G 상상마당’에서 〈마우스 북페어 2〉을 엽니다. ‘마우스 북페어’를 꾸리는 분들이 자리를 빌려서 이틀 동안 130자락 책동무하고 “우정이라는 원동력”을 이야기합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부터 들르고서 〈마우스 북페어 2〉에 찾아간 탓인지, 〈책쥐는 우리〉라는 자리는 더없이 아늑하면서 즐겁게 북적인다고 느낍니다. 책을 둘러싼 아기자기한 맛에다가, 책에서 비롯하는 즐거운 눈길과 손길에다가, 새삼스레 천천히 책을 읽고 쓰는 마음을 고루 풀어놓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하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보면, 지치고 고단한 엄마아빠가 곳곳에서 고개를 푹 숙이며 쉴 뿐 아니라, 숱한 아이들은 떼쓰고 악씁니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고즈넉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많지만, 덥석덥석 아무 책이나 홱 집어채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와 달리 〈책쥐는 우리〉로 찾아온 엄마아빠와 아이들은 손길도 눈길도 말길도 부드럽습니다. 두런두런 북적북적 책수다와 책잔치를 이루는 길을 새록새록 들여다봅니다.
두 책잔치는 모두 “책을 팝”니다. 그런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꾸린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도떼기장사’라면, 지음이(창작자) 130두레에 33일꾼이 뜻을 모은 〈책쥐는 우리〉는 “책을 쥔 우리 놀이터·노래터”로구나 싶어요. 책으로 놀며 나무를 돌아봅니다. 책으로 노래하며 풀꽃을 헤아립니다.
책은 책에 적힌 값대로 사고팔면 됩니다. 책에 적힌 값으로 팔아야 이다음에 새롭고 꾸준히 여러 책을 일구는 밑돈으로 삼습니다. 책을 짓고 엮고 읽는 모든 사람이 꽃님(주인공)입니다. 몇몇 얼굴만 내세우거나 추키거나 높여야 하지 않습니다. “책쥐는 우리”라는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주부, 퇴근하겠습니다》(최진경, 혜윰터, 2023.8.17.)
《한 달의 훗카이도》(윤정, 세나북스, 2023.8.21.)
《어부의 무덤》(존 오닐/이미경 옮김, 혜윰터, 2020.1.30.)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최수진, 세나북스, 2020.4.6.)
《시거랫 20 저 세상에서 하는 사랑이나 할까》(김선률과 열아홉 사람, 주머니시, 202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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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트 레코드》(하야테, 땅꽁빵, 2023.10.2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