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27.
숨은책읽기 999
《大學生農村奉仕活動手記》
전국대학생봉사연합회 엮음
문교부
1973.
시골에서 안 사는 사람이 왜 많을까 하고 돌아본다면, 아무래도 시골일을 모르는 탓이지 싶습니다. 들숲바다를 늘 곁에 두면서 맞이하는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을 모르니, 시골살이를 바라지 않기도 하고, 서울살이가 좋다고 여길 만합니다. 시골이란 시냇물을 싱그럽게 맞이하면서 골골샅샅 곱게 피어나는 풀꽃나무를 곰곰이 품는 터전입니다. 서울은 멧들숲을 밀거나 깎으면서 사람이 더 많이 모여서 북적거리는 저잣판으로 일구는 터전입니다. ‘농활(농촌봉사활동)’은 새마을바람과 맞추어 번졌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시골사람이었어요. 서울내기여도 텃밭을 일구는 살림이었는데, 이제 서울에서는 ‘텃밭’이 아닌 ‘먼밭’을 이레밭(주말농장)으로 누리는 사람이 조금 있습니다. 《大學生農村奉仕活動手記》는 어느새 ‘서울내기’로 태어나서 지내는 젊은이가 ‘거의 처음’으로 시골에 가서 흙일을 거들거나 돌봄길(의료봉사)을 펴는 줄거리를 담습니다. 시골사람을 이웃으로 마주한 적이 없는 서울 젊은이(대학생)는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힐 일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삶글(수기)을 남긴 젊은이는 다들 “시골은 문명이 뒤떨어졌”고 여깁니다. 시골사람은 서울사람이 들려주는 ‘문명·문화’를 도무지 안 받아들이려 한다고 푸념하기까지 합니다. 서울 젊은이로서는 어쩌다 몇날쯤 시골에 가서 호미도 쥐고 흙도 만졌을 뿐인데, 여태까지 온삶을 호미를 쥐며 흙을 만진 사람을 이웃으로는커녕 동무로도 여기지 못 하는구나 싶어요. 아마 대학교를 마친 뒤에는 시골에 흙일을 거들러 간 적이 아무도 없겠지요. 시골사람은 서울로 ‘도시봉사활동’을 안 갑니다. 그저 땀흘려 흙을 일구어서 낟알과 열매와 남새를 서울로 보낼 뿐입니다. 밥 한 그릇과 김치 한 조각을 어떻게 가꾸어서 얻는지 하나도 모르는 채 서울에서 ‘문명·문화’를 누리고 편다면, 이러한 ‘문명·문화’는 누구한테 어떻게 이바지할까요? ‘대학생 농촌봉사활동 수기’는 꽤 두껍지만, 어느 젊은이도 새소리나 풀벌레소리나 개구리소리나 바람소리나 들숲바다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군요. 시골지기 땀방울에 들숲노래가 어우러지기에 얻는 조그마한 씨앗이자 살림을 눈여겨볼 수 있을 때라야, ‘문명·문화’도 새롭게 태어날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