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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런데 ㅣ 창비시선 409
한인준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1.23.
노래책시렁 458
《아름다운 그런데》
한인준
창비
2017.4.17.
모든 글은 우리 발자국입니다. 지난 열 해를 돌아보는 글이라면 ‘열걸음’이요, 지난 서른 해를 되새기는 글이라면 ‘서른걸음’입니다. 지난길은 즐겁거나 기쁠 수 있지만,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든 모두 우리 속낯이요 민낯이며 새낯입니다. 즐거운 날을 즐겁다고 밝히기에 한 뼘 자라요. 창피한 날을 창피하다고 드러내기에 두 뼘 자랍니다. 지나온 길을 곱씹으면서 오늘 우리 곁에 있는 뭇아이한테 들려줍니다. 고스란히 들려주면서 스스로 자라고, 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앞으로 새롭게 일굴 씨앗을 그립니다. 《아름다운 그런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낯을 옮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꾸미거나 감추는구나 싶습니다. 꾸밀 수 있고, 감춰도 됩니다만, 꾸미거나 감추려면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꾸미거나 감출 적에는 으레 ‘삶글’이 아닌 ‘자랑’으로 기웁니다. 속낯을 꾸미거나 감추니 ‘잘 보이려’는 모습만 적게 마련이고, ‘잘 보이려’ 하면서 그만 더더욱 꾸미거나 감추고 말아요. “내가 나를 말하는 이야기”일 때라야 비로소 글이요 노래입니다. 내가 나를 말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말할까요? 이제는 그만 꾸미고 그만 감춰요. 작은씨앗을 밭자락에 심어요. 먼저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텃밭에 꽃씨 한 톨을 심어요.
ㅅㄴㄹ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말했다. 어머니는 낡았고 감상적이래 (무게/11쪽)
맞딱뜨린 조난 같아. 왜 이런 과거는 가능성만으로도 적당한 불행이 되나. 함께 한 발견은 거대합니다. 물이 홍수가 되고 눈은 폭설이 되지요. 그런데 (게스트하우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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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창비, 2017)
항구가 모래사장 하지 않았다
→ 나루가 모래밭 하지 않았다
9쪽
하늘 위에 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 하늘에 별이 있지 않고
16쪽
멀리서 사람이 포옹을 포옹합니다
→ 멀리서 사람이 안고 안습니다
→ 멀리서 사람이 품고 품습니다
23쪽
저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고산병은 어디에 있나요
→ 저기에 산다. 그런데 메앓이는 어디에 있나요
→ 저기에 산다. 그런데 높앓이는 어디에 있나요
44쪽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의 질문에
→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한테
→ 너는 얼마만큼이냐고 묻는데
87쪽
천장은 오늘도 야광별 하나를
→ 보꾹은 오늘도 반짝별 하나를
→ 위엔 오늘도 밤반짝별 하나를
95쪽
배고프기 위하여 밥을 먹는 사람을 뒤바뀌는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 배고프려고 밥을 먹는 사람을 뒤바뀌는 길을 생각했습니다
96쪽
숲속에서 너와 나의 한가운데로 길은 뻗어 있고
→ 숲에서 너와 나 사이로 길은 뻗고
9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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