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2.
《한국의 꽃그림》
노숙자 글·그림, 서문당, 2000.10.20.
새벽에 길을 나선다. 구름송이를 보고서 입이 벌어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구름꽃이라니. 바쁜 걸음을 멈추고서 물끄러미 본다. 이윽고 달린다. 구름을 보느라 논두렁에 한참 섰으니, 옆마을에 첫 시골버스가 지나갈 때에 맞춰야 한다. 고흥읍을 거쳐 서울로 시외버스를 달렸다. 일하러 가는 길에 옥수나루에 살짝 내려서 〈옥수서재〉에 들른다. 곱게 여민 마을책집이다. 이제 다시 서둘러 ‘문화비축기지’로 찾아간다. 비가 퍼붓는다. 즐겁게 빗물을 머금으면서 걷는다. 슈룹 없이 이 빗줄기를 누리는 사람은 나를 빼고는 안 보인다. 예전에 기름터였다는 곳이라면, ‘살림단지·살림동이’처럼 이름을 새로 붙일 수 있었다고 느낀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마치고서 〈꽃 피는 책〉에 찾아가는데 안 열었네. 벌써 여러 해째 헛걸음만 한다. 이제 더는 못 오겠다고 느낀다. 《한국의 꽃그림》을 되새긴다. 2001년에 처음 읽으면서 새로웠다. 수수한 꽃을 붓끝으로 담는 분이 있기에 반가웠다. 요즈막에는 수수한 꽃을 그리는 분이 꽤 늘었다. 다만, 그리기는 하되 덜 지켜본다고 느낀다. 풀꽃 한 포기를 그리기 앞서 여러 해를 느슨히 지켜본다면 붓질이 다를밖에 없다. 똑같은 나무도 풀도 없기에 더 들여다보고 기다리고 지켜보아야 숨빛을 알아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