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1.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이와고 미츠아키 사진·이와고 히데코 글/구혜영 옮김, 동쪽나라, 2003.9.10.
모처럼 비가 주룩주룩 온다. 이내 멎고서 다시 내린다. 마을을 뿌옇게 감돌던 풀죽음물이 걷힌다. 덧없는 풀죽임물을 안 뿌리고도 들이 누렇게 익었는데, 왜 자꾸 풀죽음물을 뿌려대느냐고 가볍게 나무라는 하늘이다. 하늘빛을 읽지 않는다면, 이 고을은 죽어갈 수밖에 없고, 고을지기(군수)뿐 아니라 고을사람이 나란히 죽음수렁에 잠기리라 느낀다. 서울도 같다. 하늘읽기와 흙읽기와 숲읽기를 안 하면서 쳇바퀴처럼 날씨알림만 들여다보거나 기댈 적에는 우리 스스로 눈빛을 잃는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를 돌아본다. 이만 한 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일도 대단하고, 이 책을 알아보는 이웃이 적어서 쉽게 판이 끊긴 모습도 놀랍다. “눈에 띄는 책”에 꽂히는 사람이 늘 적에는 책빛이 스러진다. “눈을 띄우는 책”에 다가서는 사람이 늘어야 책빛이 살아난다. 이제는 “눈에 띄는 책”을 덮고 치울 때이다. “눈을 띄우는 책”한테 다가서면서 마음을 스스로 가꾸고 살림을 스스로 짓고 숲빛을 스스로 일굴 줄 알아야 한다. 남이 해주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이다. 고양이를 찍으려면 우리 스스로 고양이 매무새와 눈망울에 삶길로 바꾸면 된다. 쓰기도 그리기도 찍기도 살림하기도 쉽다. 고스란히 품고 받아들이면 다 이룬다.
#岩合光昭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