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들꽃내음 작은책집 (2024.11.16.)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서울은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 도쿄에 대면 아무것이 아닐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붐빕니다. 서울은 땅밑도 북적이고, 땅거죽도 물결칩니다. 사람도 그득할 뿐 아니라, 쇳덩이가 너울거립니다. 그러나 이런 서울 한복판에도 부채나무가 자라고, 비둘기나 까마귀나 까치가 내려앉습니다. 한때 참새가 꽤 있던 서울인데 참새는 확 줄었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미어터지고 길바닥에는 쇳덩이가 끝없이 밀어대는 터라, 살짝 쪼그려앉아서 들꽃하고 눈을 마주하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왜 ‘길막’이냐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막말을 퍼붓기도 합니다.


  귀퉁이로 물러서다가, 담벼락에 붙다가, 안골목으로 깃들어 하늘을 보려고 하는데 파랗게 일렁이던 무늬도, 짙게 덮던 구름도, 가늘게 내리던 빗방울도, 모조리 가로막는 서울길이에요. 그렇지만 바로 이런 서울이기 때문에 “숨막히는 새까만 서울”이 아닌 “숨틔우는 산뜻한 서울”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눈길과 손길과 발길과 글길과 숲길도 조금조금 싹틉니다.


  혼펴냄터를 일구는 ‘스토리닷’ 지기님하고 ‘세나북스’ 지기님이랑 서울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으로 책마실을 다녀옵니다. 〈글벗서점〉도 들르고 싶지만, 〈나무 곁에 서서〉로 건너와야 하기에 다음으로 미룹니다. 세 사람은 뚜벅이입니다. 뚜벅뚜벅 걸으며, 거님길과 땅밑길에서 온갖 사람들한테 밀리기도 하고 밟히기도 하면서,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면서 수다를 잇습니다.


  올해 2024년에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인 책을 써내었습니다. 이런 줄거리로 하나쯤 이야기꾸러미를 여미려고는 생각했지만 올가을에 짠 태어날 줄 몰랐습니다. 2024년 1월에는 《우리말꽃》을 내놓고, 11월에는 《들꽃내음 작은책집》을 내놓으면서, ‘낱말지기(사전편찬자)’로서 걸어온 길살림 가운데 서른 해 이야기를 두 갈래로 추려서 선보인 셈입니다.


  지난 1994년에는 “설마 내가 책을 쓸까?” 싶었지만, 1993년 푸름이(고3)로 지내던 무렵 리영희 님 책을 읽으면서 “리영희 님은 1줄을 쓰려고 책 7자락을 읽는다고 했으니, 나라면 1줄을 쓰려고 책 100자락을 읽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1줄을 꾸리려고 책 100자락을 품는 살림길을 걷는다면 내 이름을 내건 책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여겼고, 어느새 이 글길을 천천히 나아갑니다.


  이름종이(면허증·자격증) 없이 걷는 이웃이 늘고, 작은종이에 노래를 적으면서 동무하고 두런두런 하루를 사랑하는 이웃이 늘기를 바랍니다. 시골이며 들숲에서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들꽃내음을 맡으면서 작은책집을 사랑하는 이웃을 그립니다.


ㅅㄴㄹ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조혜민, 집우주, 2024.9.9.첫/2024.10.10.2벌)

《굴뚝 이야기》(리우쉬공/김미홍 옮김, 지양어린이, 2019.8.1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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