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토마토>에도 함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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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7


“마음에 새길 우리말을 한 가지 뽑는다면?” 하고 묻는 이웃님이 많다. 이때에 곧잘 ‘사랑’이나 ‘숲’이나 ‘바람’ 같은 낱말을 든다. 여기에 ‘나’라는 낱말을 자주 든다. 아주 쉽고 흔한 낱말이야말로 늘 돌아보면서 새길 만하다고 느낀다. 어린이부터 알아들을 낱말이기에 어른으로서 더 되새기면서 품을 낱말이라고도 본다. 나다운 나를 찾기에, 너랑 나랑 서로 호젓하게 ‘너나들이’를 이룬다.



꽃채

집이나 커다란 살림을 셀 적에 ‘채’라고 한다. 따로 ‘집’을 ‘채’로 나타내기도 한다. ‘바깥채’처럼 쓰는데, ‘나들채(드나드는 곳 : 드나들며 쉬거나 묵는 곳)’나 ‘마실채(마실하며 쉬거나 묵는 곳)’처럼 새롭게 살려쓸 만하다. 숲에 깃들거나 숲을 품는 집이라면 ‘숲집·숲채’라 할 수 있고, 꽃처럼 곱고 즐겁게 빛나는 집을 따로 ‘꽃채’라 해도 어울린다.


꽃채 (꽃 + 채) : 1. 꽃을 사고파는 곳. 2.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시게 가꾸어 즐거운 곳. 3.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신 나날·때·철·삶. (= 꽃집. ← 화원花園, 화려한 저택, 행복한 가정, 안락한 가정, 단란한 가정, 뷰티풀 하우스, 안식처, 휴식처, 힐링 공간, 일가단란一家團欒, 미용실, 미장원, 명소, 명승, 명승고적, 추천지, 핫플, 핫스팟, 포토존, 보물창고, 이상향理想鄕, 이상국理想國, 낙원, 피안彼岸, 파라다이스, 도원경, 도원향, 도화촌桃花村, 무릉도원, 별세계, 별천지, 별유천지, 천국天國, 천당天堂, 극락, 극락정토, 엘도라도, 평화세상, 평등세상)



나보기

내가 나로서 산다면 “나로 살다”이고, ‘나살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찾아나설 적에는 “나를 찾다”이고, ‘나찾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알려고 하면 “나를 알다”요, ‘나알기’로 줄이면 된다. 내가 바를 보려고 하면 “나를 보다”이자, ‘나보기’로 줄일 수 있다.


나보기 (나 + 보다 + -기) : 나를 보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숨결이며 어디에 왜 있는가를 보다. 내가 살아가는 곳·길·때를 보다. 둘레 눈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으면서 내 눈으로 나를 보고 온누리를 보다. 다른 모습·말·터전에 맞추거나 따르기보다는, 내가 나부터 보면서 내가 스스로 살면서 짓고 누리고 나눌 오늘을 보다. (= 나를 보다·나보기·나봄·나를 알다·나알기·나앎. ← 직시, 개안開眼, 개심, 개벽, 지각知覺, 자각, 자아발견, 자기발견, 자의식, 각성, 성찰, 반성, 인식, 이해理解, 통달, 능통, 통찰, 통하다, 숙달, 숙지, 마스터, 간파, 달관, 인지認知, 도리道理, 실감, 체감, 열반涅槃, 대오각성, 대각大覺, 납득, 의식意識, 직관, 해탈)



몸꽃

몸을 다스리는 길은 많은데, 가만히 보면 우리말로는 그리 안 나타내는구나 싶다. 몸을 부드럽게 놀리거나 달래는 길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여러 나라에서 두루 즐기고 누리고 나눈다. 이러한 몸놀림이나 몸짓을 보면 마치 “꽃으로 피어난 몸” 같다. 가만히 피는 꽃처럼, 고즈넉이 나오는 꽃마냥, 차분하면서 참한 꽃빛을 품은 몸짓이라는 뜻으로 ‘몸꽃’이라는 이름을 지어 본다. 하늘처럼 하나되는 몸짓이라 여긴다면 ‘한꽃’이나 ‘한몸꽃’이라 할 수 있고, 몸을 살리는 길이라는 뜻으로 ‘살림몸’이라 할 수 있다.


몸꽃 (몸 + 꽃) : 몸으로 이루는 꽃. 몸놀림·몸짓을 꽃으로 피우거나 꽃처럼 돌보면서 펴는 길. 몸을 다스리고 달래고 다독여서 마음과 하나를 이루는 길. (= 몸풀기·살림몸·살림몸짓·살림짓·한꽃·한몸짓·한몸꽃·한꽃짓·한짓. ← 요가yoga, 물아일체, 태극太極, 일심, 일심동체, 일심불란一心不亂, 감응, 조응, 조화調和, 하모니harmony, 혼성混成, 혼성混聲, 혼연일체, 심신일여心身一如)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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