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22.
《레드문 1》
황미나 글·그림, 애니북스, 2004.2.1.
햇볕이 환하게 드는구나 싶더니, 아침에 와락 벼락비가 들이붓는다. 한참 시원스레 꽂는다. 이러다가 감쪽같이 그치고는 말끔히 갠다. 집손질을 하는 분이 낮에 찾아온다. 부엌 물꼭지를 뜯더니, 삭은 데를 뽑아내고서 새로 꽂는다. ‘가난집 손질일꾼’은 고흥사람이 아닌 광주사람. 고흥에는 일할 만한 사람이 없을 수 있지만, 이보다는 바가지라든지 장난치는 이가 너무 많은 탓일 수 있다. 《레드문 1》를 되읽는다.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인천과 서울 사이를 날마다 다섯 시간 남짓 길에서 시달릴 무렵에 처음 만나다가, 1995년에 싸움터(군대)에 들어가면서 뒷이야기는 못 보았다. 강경옥 님은 ‘별’을 눈여겨본다면, 황미나 님은 ‘달’을 눈여겨보는데, 별빛과 달빛은 아주 다르다. 이 얼거리가 아니어도 《레드문》이 걸어가는 길은 ‘삶’일 수는 있되 ‘살림’이나 ‘사랑’하고는 멀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이만 하게 일군 그림꽃이 나왔다는 대목을 돌아본다. “없는 빛”이자 “시늉하는 빛”은 달빛은 사람을 사로잡거나 홀리면서 그늘로 내몬다. “있는 빛”이자 “생각하는 빛”인 별빛은 사람들 스스로 깨어나거나 일어서도록 가벼이 북돋운다. 별을 바라보기에 눈이 밝다. 별을 잊기에 눈이 멀고 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