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26.
《우리는 조센진이 아니다》
김인덕 글, 서해문집, 2004.4.28.
아침에 마무리할 일까지 하고서 길을 나선다. 고흥읍으로 나와서 순천으로 가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 진주 가는 버스로 갈아탄다. 남강다리를 건너서 〈동훈서점〉에 닿는다. 한참 책을 읽고서 책집지기님한테 “걸으면서 보는 마을”이라는 꼭지로 글을 쓰실 수 있겠느냐고 여쭌다. 12∼14살 어린씨랑 푸른씨가 이웃을 살피고 마을을 헤아리면서 두 다리로 거니는 하루를 돌아보는 길잡이로 나란히 서 주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이윽고 부산 동래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빠른길이 막혀 느린길이다. 부산에서 나오는 쇳덩이는 드물고, 부산으로 들어가려는 쇳덩이만 많다. 서울도 광주도 이와 같겠지. 번쩍거리는 밤불빛에 눈이 따갑다. 큰길을 등지고서 골목을 걷는다. 《우리는 조센진이 아니다》를 되새긴다. ‘조센진’은 나쁜말이 아닌, 그저 ‘조선사람’이라고 일컫는 이름이다. ‘조센진’도 ‘니혼진’도 따돌림말일 수 없다. 그러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잊고서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뒹구는 톱니바퀴”는 수수한 낱말 하나를 확 깔아뭉개고 깎아내린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그들한테 거꾸로 말해야지 싶다. “우리는 조선사람(조센진)입니다” 하고. “나는 사람입니다” 하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