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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큰스님
주명덕 / 장경각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사진비평은 1995년에 쓰려고 했지만
군대에 가느라 미처 여미지 않았다.
군대를 마치고 나서는
주명덕 씨를 잘 안다는
'뿌리깊은 나무' 사람들한테만
입으로 이 사진책 느낌을 말했을 뿐
굳이 안 쓰고 싶었다.
이제 비로소 써 본다.
..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10.26.
사진책시렁 161
《성철 큰스님》
주명덕
장경각
1993.12.22.
저는 시골에서 삽니다만, 시골에서 살기 앞서도 고무신을 꿰었습니다. 2004년부터 꿰었으니 어느새 스무 해째입니다. 한겨울이건 눈밭이건 멧자락에서건 고무신을 꿰거나 맨발입니다. 그런데 전남 고흥 시골에서조차 “우와, 고무신이네?” 하면서 놀라는 어린이와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여보쇼, 논밭에서 일하는 할매할배는 다 고무신이우.” 하고 대꾸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보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한테 “깊어가는 한가을에도 꽃을 맺는 까마중을 보십시오.”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들꽃이 안 보이는 사람한테는 들꽃 좀 보라고 해도 들꽃이 어디에 있는 줄 못 보더군요. 《성철 큰스님》은 성철 스님이 바람처럼 떠난 1993년에 나옵니다. 꽤 서둘러서 엮었구나 싶은데, ‘큰스님’을 모시려는 마음이 참말로 앞섰구나 싶어요. 그냥 ‘중’을 바라보았다면 빛결이 확 달랐을 텐데, 성철 할배가 이런 빛꽃과 이런 꾸러미를 바랐을까요? 너무 딱합니다. ‘스님·스승’은 같은 낱말입니다. 스스로 길을 열며 몸소 보여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그러니까 ‘스님 = 스스로님’인 셈입니다. 대단한 사람을 찍었다는, 큰사람을 찍었다는, 값진 그림을 남겼다는, 이런저런 이름은 그저 허울입니다. ‘사람’은 언제 찍으려는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