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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학교 이야기 - 아이들을 살리는 새로운 배움터를 향한 윤구병의 꿈과 실천 ㅣ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23.
까칠읽기 46
《실험학교 이야기》
윤구병
보리
1995.6.30.첫/2014.7.1.고침
아이는 또래랑 놀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끼리끼리 어울리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또래 끼리질’은 ‘어른 아닌 꼰대’가 세운 담벼락이다. 아이는 누구하고나 놀려고 태어난다.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아빠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다음으로는 할매할배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러고 나서야 언니하고 놀려고 태어났다고 여길 만하고, 이다음에 이르러서야 동무나 또래하고 놀 수 있다.
아이는 늘 엄마아빠한테서 모두 배운다. 말도 눈길도 걸음마도 엄마아빠한테서 배운다. 마음도 엄마아빠 곁에서 가꾸고, 생각도 엄마아빠하고 함께 북돋우며 자란다. 아이는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마음이 없이 태어난다. 아이는 늘 오롯이 사랑으로 모두 풀고 품으려고 태어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언제나 아이를 오롯이 사랑으로 마주하는 길을 새롭게 배우고, 아이도 엄마아빠랑 나란히 오롯이 사랑으로 놀며 노래하는 하루를 누린다.
《실험학교 이야기》를 1998년에 처음 읽었고, 1999년에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가서 다시 읽었고, 2003년에 이오덕 어른 글을 추스르며 새로 읽은 뒤에, 2024년에 이르러 모처럼 다시 들춘다.
윤구병 씨가 짚거나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옳’다. 그러나 ‘옳은말’을 하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틀린말·그른말’을 자꾸 갈라놓으려고 한다. ‘옳고그름’이라는 곳을 너무 쳐다보는 나머지, 그만 ‘삶말·살림말’을 하나도 못 짚다시피 하고, 이윽고 ‘사랑말’은 아예 못 다루고, ‘숲말’로 나아갈 낌새가 없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으로는 가득한 《실험학교 이야기》이되, 이 꾸러미에는 아무런 살림빛도 사랑씨도 숲그림도 없다. 왜 그럴까? 실마리는 아주 쉽다. 윤구병 씨는 ‘대학교수’와 ‘뿌리깊은나무 편집장’과 ‘보리출판사 기획자 및 대표’로 일하느라 막상 집안일을 안 한 탓이다. 천기저귀를 어떻게 갈고 삶고 대는 줄 알까? 미역국을 어떻게 끓여서 곁님한테 차려주어야 하는지 알까? 아기한테 자장노래를 밤새도록 날마다 다르게 부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책에 담은 글로는 아이한테 말하면 안 된다. 이 책에 깃든 말씨는 ‘아이 눈높이’하고 너무 멀다.
‘옳은말’은 안 나쁘다. 그러나 ‘옳다’에 얽매이기에 ‘오른쪽(바른쪽)’에만 선다. ‘옳은길 = 오른길’이다. 오른길은 안 나쁘되 ‘단단히 지키는 끼리끼리 담벼락’에 갇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틀린말’을 하면 될까? ‘틀린길 = 비틀어서 바꾸는 길 = 왼길(혁명)’이다. 우리가 ‘옳고그름’에만 머물면, 왼오른(좌파·우파 또는 진보·보수)으로 가르는 싸움으로 그친다. 싸우느라 지친다.
삶말부터 열 노릇이다. 삶부터 보아야 왼오른이 아닌 삶이라는 곳인, 바로 오늘 이곳을 볼 수 있다. 바로 오늘 이곳부터 보아야 어떤 살림을 할는지 비로소 생각하니, 이때에 살림말을 틔운다. 살림말씨를 싹틔우면서 하루하루 삶을 짓기에, 시나브로 사랑을 깨닫고, 마침내 사랑씨를 곁님하고 서로 새롭게 심어서 아기를 낳아 돌보는 보금자리를 이룬다.
숲말이란, 삶말을 살림말로 북돋아서 사랑말로 꽃피우는 자리에서 하나둘 깨어난다. 처음부터 숲으로 못 간다. 처음에는 삶을 그대로 마주해야 하고, 삶을 살림으로 가꾸는 마음을 닦을 일이며, 바야흐로 살림을 사랑으로 품고 풀어서 놀고 노래하는 아이다운 마음으로 어진 어른으로 거듭날 적에 천천히 숲으로 갈 수 있다.
어떤 어버이도 아기를 ‘실험’으로 안 낳는다. 삶에는 ‘실험’이 없다. 삶은 늘 ‘함(하다)’만 있다. 함(하다)만 있는 이 삶에서 지음(짓다)으로 이을 적에 그림(그리다)을 알아보고, 함을 지음으로 펴서 그림으로 심기에 빛을 품고 풀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험학교 이야기》는 몸뚱이에 너무 얽매인다. 몸뚱이가 있기에 우리 넋이 삶을 맛볼 수 있되, 몸만 쳐다본다면 마음을 잊고 잃는다. ‘철학’도 ‘실험’도 ‘학교(교육)’도 아닌, 삶과 살림과 사랑을 말하면서 숲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이 없다면, 모두 헛말에 쳇바퀴일 수밖에 없고, 나라(정부)하고 나란히 가는 새로운 굴레에 차꼬에 수렁일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담벼락”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힘(권력)’이다. 아이들한테 고작 힘싸움밖에 들려주지 못 한다면, 윤구병 씨 스스로 힘싸움에 얽매인 ‘문화권력’을 단단히 틀어서 거머쥐기만 한다면, 재미도 없지만 따분하다. 기저귀부터 삶기를 빈다. 집안일부터 하기를 빈다. 밥을 손수 차려서 내놓기를 빈다. 작은씨가 숲을 이루듯, 작은일(집안일)이 바로 큰숲으로 가는 한길이다.
ㅅㄴㄹ
셋째는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함께 놀면서 말도 배우고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그리고 이기심을 억제하고 욕심을 없애는 법도 배운다 … 아이의 가장 훌륭한 선생은 그 아이보다 한두 살 더 많은 언니나 오빠다. 아이들 세계와 어른들 세계는 다르다. (13쪽)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이 아닌 것은 온몸을 흔들어 거부하고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모든 것들은 가차없이 허물어뜨리는 힘을 갖게 할 수 있을까? (33쪽)
우리가 과학그림으로 된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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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학교 이야기》(윤구병, 보리, 1995)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끼리끼리 어울리라고 해야 한다
13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 둘레도 살피고 올바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13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 그림책을 엮으면서 그림 한 자락 품값이 어마어마한 줄 깨닫고는 몹시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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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