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상추쌈 시집 3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상추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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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23.

노래책시렁 427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시골에서 살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는 서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서울만큼 시끄럽지는 않더라도 부릉부릉 매캐한 기운이 가득할 뿐 아니라, 밤에 별을 못 봅니다. 그러나 온나라를 통틀어서 ‘서울·큰고장·읍내·면소재지’가 아닌 곳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몇일까요? 이런 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하루를 누리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얼마쯤일까요?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돌아봅니다. ‘물러난다’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덜 어울립니다. 숲으로 물러날 수 있을까요? ‘간다’나 ‘들어선다’라 해야 알맞지 싶습니다. 숲에서는 스스로 살피고 헤아리고 짚고 생각합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스스로 지피고 일으킵니다. 바람은 노랫가락을 베풀고, 풀벌레와 새는 노랫소리를 펴고, 별과 해는 노랫자락을 내놓습니다. 이윽고 사람도 노랫말을 여미어 스며들어요. 그런데 일본글을 옮긴 꾸러미는 영 서울스럽습니다. 숲빛을 누린 하루를 옮긴 글일 텐데 숲말로 옮겨야 할 텐데요. 숲은 멋부리지 않습니다. 서울이라면 멋부리고 꾸며서 허울스럽겠지요. 숲사람은 아이 곁에서 어른스레 수수히 말하고 생각하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울 노릇입니다. 숲에서 오지 않은 말이라면 죽음재 같습니다.


ㅅㄴㄹ


산에 사니 때로 / 아름답거나 신비한 일과 만난다 (산에 살다 보면/22쪽)


왜 너는 / 도쿄를 버리고 이런 섬에 왔느냐고 / 섬사람들이 수도 없이 물었다 / 여기에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 무엇보다도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 대답했지만 / 그것은 정말 그랬다 (왜-아버지에게/30쪽)


#山尾三省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


흐려 있던 하늘에서 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흐린 하늘이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 하늘은 흐리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4쪽


수많은 수술을 매단

→ 수술을 잔뜩 매단

→ 수술을 숱하게 매단

4쪽


세계와 하나가 됐을 때 찾아오는 조용한 기쁨을 기록한 것입니다

→ 오롯이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마음을 적었습니다

→ 둘레와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빛을 옮겼습니다

5쪽


내달리는 걸 좋다고 여기는 현대에서 물러난다고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보입니다

→ 내달리려고 하는 오늘날 물러난다고 하면 씩씩해야 하는 듯싶습니다

→ 내달려야 한다는 요즈음 물러난다고 하면 의젓해야 하는 듯합니다

5쪽


비의 계절에

→ 비철에

→ 비달에

5쪽


태양 덕분에 사는 존재란 걸 알게 된다

→ 해가 있어서 사는 줄 알아챈다

→ 해가 떠서 살 수 있다고 깨닫는다

14쪽


세계는 잠잠해지고 대지는 깊어진다

→ 둘레는 가라앉고 땅은 깊어간다

→ 온누리는 고요하고 땅은 깊다

16쪽


지적인 것도 하나 없다

→ 하나도 깊넓지 않다

→ 하나도 안 밝다

→ 하나도 안 빛난다

18쪽


삼 주 동안 태풍 세 개가 이어 덮쳐 와

→ 세이레 동안 돌개바람 셋이 덮쳐서

→ 세이레째 회오리바람 셋이 잇달아

20쪽


말굽버섯을 다시 그 위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이곳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여기에 놓지 않으면

27쪽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그것은 정말 그랬다

→ 나이테가 일곱즈믄두온 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 멧골에 절로 나서 자란다고 얘기했지만 참말 그랬다

30쪽


베짱이가 파란 날개를 펼치고

→ 베짱이가 푸른 날개를 펼치고

32쪽


산딸기 줄기를

→ 멧딸기 줄기를

35쪽


옛사람이 정토라고 불렀던 것이 그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하늘이라 하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꿈터라 이르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37쪽


엷은 초록빛 현자의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 옅푸르고 어진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46쪽


올해의 첫 북서풍이 휘잉휘잉 불며 산을 거칠게 흔들고 있다

→ 올해 첫 높하늬바람이 휘잉휘잉 멧골을 흔든다

50쪽


나의 둘도 없는 아들이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을 떠나 버린 것이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오롯이 마음마실을 떠나버렸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그저 마음 깊이 떠나버렸다

61쪽


그것은 사실 참으로 축하할 일이었다

→ 참으로 기릴 일이다

→ 참으로 기쁜 일이다

→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61쪽


산밭에서 씨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한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챙긴다

61쪽


그루터기는 고사했지만 물이 있어 그루터기는 죽지 않는다

→ 그루터기는 말랐지만 물이 있어 죽지 않는다

82쪽


신입생들의 영혼을 당신들 교육의 희생으로 삼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친다면서 새내기 넋을 바치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칠 적에 새내기 얼을 내버리지 마라

9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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