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9. 임진왜란과 오타줄리아

 오타 줄리아 님 이야기를 얼핏 스치고 나서 요모조모 한참 찾아본 지 꽤 지난다. 오늘 새벽에 문득, 아 이제 쓸 수 있겠어, 하고 느꼈다. 옆마을로 달려가서 새벽버스를 탄다. 고흥읍에 닿아 순천 시외버스를 탄다. 이제 순천서 아침볕을 쬐며 열여섯 줄을 추스른다. 작은사람이 작은살림으로 짓던 작은길을 돌아본다. 일본이 함부로 쳐들어오더라도 이곳이 임금나라가 아닌 사람나라였으면, 멀리서 배를 몰고 온 손님이 손에 쥐던 칼을 스르르 내려놓고서 괭이랑 호미로 바꾸어 주고서,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길을 열었겠지. 그러나 임금나라에는 '사람'이 아닌 '종(백성)'만 있었기에, 임금은 중국만 섬기다가 달아나고 벼슬아치는 그들 목아지만 건사했다.

 임금님은 늘 저만 쳐다본다. 이름을 대통령이나 군수나 시장으로 바꾸어도 같다. 사람일 적에만 사람을 보고 새를 보고 풀벌레를 보고 바람과 꽃과 하늘과 사랑을 본다. 새벽에 이오덕 님 책 가운데 "울면서 하는 숙제"를 챙겼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 되새긴다. 나는 1995년에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아이들이 어른스러운 사람 곁에서 노래하는 곳이 참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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