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5.
《벼랑 끝에서》
마농 드바이 글·그림/이성엽 옮김, 지양사, 2023.12.12.
낮에 볕바라기를 하는데, 새앙쥐 한 마리가 마당을 볼볼볼 가로지르다가 왼발에 톡 부딪힌다. 슬그머니 툭 건드리니 깜짝 놀란 새앙쥐는 허둥지둥하다가 뒷걸음을 하고는 바깥마루 그늘자리에 숨는다. 가만히 마주본다. 넌 한낮에 용케 나오는구나? 고양이가 안 무섭니?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로 간다. 먼하늘과 멧자락을 바라보면서 구름을 살핀다. 복숭아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저녁에 먼하늘을 보니 번개가 친다. 비가 오려나? 비가 오시기를 바란다. 《벼랑 끝에서》를 읽었다. 두 아이하고 얽힌 줄거리를 다루지만, 두 아이 어버이가 어떤 삶길을 걸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두 아이를 둘러싼 마을과 배움터에서 스치는 여러 아이들이 저마다 어떤 하루인지 낱낱이 드러난다. 왜 나이로 잘라야 할까? 왜 겉모습을 보아야 할까? 왜 어울림길이 아닌 다투고 겨루고 싸우면서 위아래를 갈라야 할까? 아이들 탓은 없되,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안 그린다면, 쳇바퀴를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굳은틀이란 있지 않다. 굳은틀을 느낀 우리가 물줄기로 바꾸고 샘물로 돌릴 노릇이다.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지만, 달아나다가 닿는 곳은 벼랑이다. 이 담벼락과 쳇바퀴와 굳은틀도 담벼락이고, 저쪽도 담벼락이다. 바로 이곳에서 일어서야 닫힌 담을 허문다.
#ManonDebaye #TheCliff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