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13.
숨은책 971
《교주 증보조선소설사》
김태준 글
박희병 풀이
한길사
1990.6.30.
1933년에 처음 나왔다는 책을 새로 여민 《교주 증보조선소설사》입니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책’인데, 곰곰이 보면 ‘교주’도 ‘증보’도 ‘소설사’도 우리말이지 않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어도 나라이름을 굳이 한자 ‘조선’으로 지었습니다. 긴긴 발자취를 더듬으면, 나라를 이끈다는 이들은 ‘우리말’이 아닌 ‘중국말’로 나라이름을 삼았고, 나라일을 보았고, 글도 중국글로 남겼습니다. 훈민정음이 태어났어도 정작 우리 스스로 쓰고 읽는 길을 안 열었을 뿐 아니라, 단단히 틀어막았다는 뜻이며, ‘아무나 글을 쓰거나 읽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다만 ‘한글로 쓴 책’이 아닌, ‘영어로 옮긴 책’으로 받습니다. 이 대목을 차분히 짚을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는 ‘일본문학을 우리글로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영국·미국문학을 우리글로 똑바로 옮길’ 수 있을까요? 《반지의 제왕》이며 《해리 포터》는 ‘엉성하고 틀린 옮김말’ 탓에 오래도록 도마에 오르지만, 여태 바로잡지 못 합니다. 이제 이 나라 글꽃(문학)은 우리말을 우리글로 알맞게 담으면서 이 땅을 사랑으로 다독이며 가꾸는 길을 여는 실마리 노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