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13.

숨은책 977


《‘진보의 새시대’는 오는가》

 편집부 엮음

 새벽별

 1993.2.13.



  ‘진보’는 ‘보수’하고 다르다고 말하는 분이 꽤 있으나,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무늬나 옷차림이라도 달랐다면, 요새는 무늬나 옷차림마저 똑같을 뿐 아니라, 굴리는 쇳덩이(자가용)나 지내는 잿집(아파트)마저 똑같아 보입니다. 시골에서도 잿집에서 살아야 할까요? 서울이며 크고작은 고장을 잿집으로 싹 갈아엎어야 할까요? 모든 사람이 쇳덩이를 굴려야 할까요? 《‘진보의 새시대’는 오는가》는 ‘진보운동·진보정치’가 왜 자꾸 쓴맛만 보는지 낱낱이 짚고 돌아보려는 줄거리 같습니다만, 어느 만큼 잘잘못을 짚더라도 ‘그들끼리 오가는 말’에서 그치는구나 싶습니다. 이 책을 누가 읽을까요? 이 책을 ‘대중’이 읽을까요? 또는 이 책을 ‘대중’이 읽을 만하도록 글결을 가다듬거나 쉽게 풀어냈을까요? 우리나라 왼오른·진보보수·페미니즘 모두 똑같이 ‘가부장권력’에 찌든 말글이라는 굴레에 갇혔습니다. 윗사내질(가부장권력)을 일삼는 바보를 나무랄 적에 ‘수수한 살림말(대중언어·민중언어)’을 안 쓴다면, 늘 쳇바퀴로 맴돌다가 그친다고 느껴요. 새날을 바란다면 새말을 짓고 새길을 열고 새넋으로 일어서서 새사람으로 설 노릇입니다.


ㅅㄴㄹ


백본(백기완 후보 선거운동본부)을 구성했던 진보정당 결성파들은 현실성 없는 관념적 주장이나 논의들을 지양해야 한다. 이들은 대중조직의 토대, 대중투쟁, 대중성의 견지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들의 정치활동이 대중조직들과 얼마나 유기적인 교류관계 및 긴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상, 노선, 원리, 원칙들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것들이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기정파의 입장만을 내세우려 한다면 그것들은 아무런 생산성 없는 앙상한 교조의 고목나무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계절이야 다시 오겠지만 누가 그 나무에 푸른 열매를 기대하고 기쁨을 주려 하겠는가. (52∼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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