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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지혜 - 105세 철학자가 전하는 세기의 인생론
김형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13.
숨은책 982
《한권의책 22 영원한 것을 찾아서》
김형석 글
학원사
1986.8.1.
서슬퍼런 박정희가 사람을 떡처럼 주무르고, 이에 못잖게 차갑던 전두환이 사람을 마구 패던 무렵, 멀쩡하게 철학교수를 하던 분이 쓰는 글은 여러 자리를 덮었습니다. 머리카락이 ‘교칙보다 0.1mm 길다’고 하더라도 죽죽 밀던 1988년(중학생)과 1991년(고등학생) 무렵, 김형석 글을 문득 읽어야 하면 “이이 글은 오늘(1988년이나 1991년)이 아니라 어제(1960년·1970년)나 모레(2000년·2020년)에도 똑같이 우려내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024년과 2023년과 2022년에 나온 책을 새책집에서 읽어 보아도 매한가지입니다. 헌책집을 다니면서 예전 글을 찾아서 펼쳐도 비슷비슷합니다. 앎빛이나 삶빛을 밝히는 글이기보다는 윗자리에 앉아서 아랫사람을 타이르는 얼거리에서 그쳐요. 이러다가 1986년치 손바닥책 《영원한 것을 찾아서》를 읽다가 김장값도 배추값도 고춧가루값도 모르는 민낯을 들여다봅니다. 집안일을 아예 안 한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놓았더군요. 집안일에 손도 못 대고 마음조차 없으니, 이녁 어머니하고 나눌 말이 없을 만하지요. 벌써 온살(100살)이 넘었어도 ‘교수’라는 허울을 못 버린다면, 아직 ‘사람’과 ‘살림꾼’이라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이름값(명예)에 얽매여 옛날수다만 하겠지요.
ㅅㄴㄹ
“금년에는 김장 값이 비쌀 거라고 그럽니다. 신문을 보니까…….”라고 말을 꺼내 보았다. 그러나 나는 집에서 김장을 얼마나 하는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전연 알지 못한다. 그저 이런 얘기라도 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대화를 가져 보자는 심정일 뿐이다 “무우, 배추 값이야 비싼들 얼마나 하겠니. 양념 때문에 그렇지…….”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는 생강, 고춧가루 등등의 양념을 설명해 주신다. 나는 양념이 무엇이 드는지는 모르지만 그 값이 얼만지 전혀 짐작도 안 간다. (47쪽)
어머니는 벌써 나의 고독의 벗이 아니다. 장사를 하고 있는 동생과는 많은 대화를 가지고 계셔도 철학 교수인 나와는 마음의 대화가 점점 더 없어져 가고 있다 … 나는 아름다운 예술품을 대할 때마다 마음의 외로움을 느낀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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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지혜》(김형석, 21세기북스, 2024.5.8.)
금년에는 김장 값이 비쌀 거라고 그럽니다
→ 올해에는 김장값이 비싸다고 그럽니다
47쪽
장사를 하고 있는 동생과는 많은 대화를 가지고 계셔도
→ 장사를 하는 동생과는 얘기를 많이 하셔도
→ 장사하는 동생과는 두런두런 얘기하셔도
48쪽
마음의 대화가 점점 더 없어져 가고 있다
→ 마음이야기가 줄어든다
→ 마음을 더 나누지 못 한다
→ 마음을 주고받지 못 한다
48쪽
모든 물음에 대하여 남김없이 해답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 때문이다
→ 물어볼 때마다 남김없이 풀어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몯는 말을 남김없이 풀이할 수는 없는 탓이다
75쪽
어떤 사료에서 나폴레옹이 52세에 죽었다는 것을 알면 되고
→ 어떤 밑글로 나폴레옹이 쉰두 살에 죽은 줄 알면 되고
→ 어떤 글을 읽어서 나폴레옹이 쉰둘에 죽은 줄 알면 되고
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