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10.10. 하늘인 나



  우리는 우리글을 누린 지 얼마 안 된다. 기껏 온해(100년)조차 안 된다고 여길 만하다.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지었어도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말글 모두 잡아먹혔고, 1945년 8월 뒤에는 ‘익숙한 일본말’을 그냥 써야 한다는 글바치 목소리가 있었고, 이들은 그때나 이때나 매한가지이다.


  적잖은 우리말이 어떤 뿌리인지 짚기는 하더라도 서로 얽히는 실마리를 찾는 글바치는 거의 없고, 낱말에 마음을 담아서 쓰임새를 넓히는 사람도 적다.


  우리말 ‘하나·열·온·즈믄·골·잘·울’, 이런 셈말을 찬찬히 풀어주는 글지기(언어학자)는 몇이나 될까. 부천 어린이하고 여러 이야기를 펴고서 여러 우리말을 알려주었다. 낱말을 외우지 말라고, 그저 스스로 마음을 담는 낱말을 느긋이 익히면 되고, 한글을 늦게 깨쳐도 되니 수다쟁이로 놀면 넉넉하다고 보태었다.


  귀담아들어야 새노래를 가리고 새를 안다. 조류도감을 외운들 새를 모른다. 눈여겨보아야 나무를 안다. 나무도감을 외운들 나무를 모른다. 수학도 과학도 지켜보고 살펴보기에 길을 편다. 영어도 한자도 우리말도 오래오래 지켜보고 살펴보고 귀담아들어야 비로소 눈을 뜬다. 적어도 열 해쯤 새 나무 풀꽃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깨닫는다. 말과 글도 열 해를 그대로 지켜보고 살펴보아야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연다.


  하늘이란, “하나인 우리(울)”이다. 하나란, “하늘인 나”이다. 셈 1이 왜 ‘한·하나’인가 하고 느끼고 읽을 적에 수수께끼를 푼다. 나하고 너는 하나이면서 다르게 나아가고 넘나드는 사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 아침에 송내초등학교 옆길에서 자라는 나무 곁에 앉아서 참새노래를 들었다. 이러면서 새노래를 쓰자고 생각했다. 마을을 숲빛으로 살리는 길을 쪽글로 꾸려서 노래로 부르자. 우리는 나란히 하늘인 나이니, 바람노래에 바람꽃에 바람물결로 놀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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