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12 님 2024.9.11.
‘이르다’라는 낱말에서 ‘이름’이라는 낱말이 가지를 뻗고, ‘임’이라는 낱말하고 ‘임자’라는 낱말로 뻗는다. ‘이르다·이름’은 지난날에 ‘니르다·니름’에 ‘일홈’이기도 했다. ‘임·님’은 맞물리고, ‘이름·이르다’는 ‘일다·이루다·일구다’하고 만난다. ‘임·님’은 ‘임자’처럼 “쥐거나 있거나 다루는 사람”이거나 “사랑으로 맺은 짝”을 가리킨다. ‘이’라는 말밑처럼 “잇고 있는 사람”도 가리킨다. 어느 곳에 이르고(닿고) 어떤 뜻을 이르기(말하기)에 ‘잇’고 ‘있’는 ‘임·임자’인 ‘님’이다. 다만, ‘님·임’은 높낮이로 가르지 않는다. 나이가 많거나 자리가 높더라도 꼭 ‘님·임’이지는 않다. 어린이도 ‘아기님·아기씨’이다. 해도 꽃도 별도 ‘해님·꽃님·별님’이다. 서로 돌아보는 마음이 맞물려서 이르는 ‘님·임’이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잇고 싶은 사이인 ‘님·임’이다. 때로는 윗자리에 선 이가 둘레를 내려다보면서 그이를 ‘님’이나 ‘임금’으로 부르라고 이르곤 한다. 그러나 서로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돌보는 마음이 없이, 저 혼자 높이기를 바라는 ‘님·임금’ 같은 이름일 적에는, 오히려 안 높일 수밖에 없는 결이라고 할 만하다. 억지로 높이는 ‘님·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북돋우는 말씨인 ‘님·임’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이르고(말하고), 마음이 이르는(닿는) 사이일 적에 ‘님·임’이다. 서로 ‘이름’을 부르는 허물없는 ‘너나들이’라는 사이일 적에 비로소 ‘님·임’이다. 모든 말은 “남을 높이는 결”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결”로 둘 사이를 나타내는 속빛이다. 누가 위나 밑(아래)인가 하고 가르려고 하기에, ‘님’뿐 아니라 ‘씨’라 이를 적에도 거북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고, ‘님’이라는 낱말을 가려쓸 줄 모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