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9.25.
사진책시렁 97
《reminiscence》
Jung A Kim(김정아)
KEHER
2015.
우리는 딱히 ‘사진’을 해야 사진을 알지 않습니다. 우리는 굳이 ‘농업’을 해야 농업을 알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기에 아이를 알까요? 시골에 살기에 시골을 알까요? 그럼, 나이를 먹으면 어른을 알거나 서울에 살면 서울을 알까요? 《reminiscence》를 펴면 하나부터 열까지 어렴풋합니다. ‘reminiscence’라는 낱말이 바로 ‘어렴풋’이나 ‘아련’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나감·돌아봄·떠올림(추억)”이란, 오늘 여기에 있는 나를 내려놓고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어렴풋하고 아련하고 어슴프레하고 뿌옇고 흐리고 매캐하게 느끼는 길입니다. 무엇이 뚜렷한가요? 겉모습이 순이나 돌이라서? 나이가 열이나 스물이나 서른이나 마흔이나 예순이나 여든이라서?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살아서? 시골이나 섬에 살아서? 우리가 걷는 발자취는 길마다 남을 테지만, 언뜻 보기에는 하나도 안 남는 듯합니다. 숱한 사람들이 우리 발자국을 새로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우리가 디디던 골목이나 길이나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걸었던 삶”은 늘 마음에 남아요. 보이지 않아도 보고, 안 보인다고 할 적에는 눈을 감고서 봅니다. 살아가기에 ‘삶’을 알지 않아요. 사랑을 할 적에 삶도 사진도 흙짓기도 이웃도 또렷이 봅니다.
#시와예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