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9 집 2024.9.4.
‘집’이란 “짓는 곳”이면서 ‘웅(움·지붕)’을 올리는 곳이다. 집이란, 밥을 짓고 옷을 짓는 곳이니, 살아가려는 터전을 짓는 곳이다. 집에서는 ‘한집’을 이루는 모두 조금씩 일손을 나눈다. 저마다 손수 짓는다. 다같이 스스로 짓는다. 함께 지어서 나란히 누리를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서 두런두런 말을 나눈다. 집에서 밥을 먹는 사이에 이야기도 짓는다. 집일을 즐겁게 나누어 맡기에 일노래를 부르더니 어느새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뒹굴고 소꿉놀이를 하고 심부름을 하는 사이에 스스럼없이 놀이노래를 부를 뿐 아니라, 신바람으로 누린 하루를 돌아보면서 이야기에 젖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긴긴 나날에 걸쳐 집살림을 꾸리면서 일군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조곤조곤 들려주고 물려준다. 집에서는 서로 일꾼이고 놀이꾼이고 노래꾼이면서 이야기꾼이다. 그런데 억지로 시킨다든지 힘으로 누르려 한다면 고단하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면서 윽박을 지르면, 그만 ‘움트는’ 집안이 아닌 버거운 ‘짐’으로 주저앉는다. 어깨가 무겁도록 짐에 눌리다 보면 끝내 ‘지’고야 만다. 서로 다투거나 싸울 까닭이 없는데, 자꾸 툭탁거리다가는 이기거나 지는 굴레에 갇힌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은 새한테서 배운다. 둥그렇게 엮는 ‘둥지’처럼, 보살피고 보듬는 ‘보금자리’처럼, 따스하게 품고 안고 돌아볼 적에 비로소 ‘집답다’고 여긴다. 따스한 품인 둥지란, 겨울에도 포근한 자리이다. 포근포근 보금자리란, 사랑으로 서로 만나서 아기를 낳고 보살피는 밑자리이다. 집이 짓는 곳인 까닭은, 언제나 사랑을 바탕으로 삼으면서 환하게 마음을 틔우는 쉼터이기 때문이라고도 할 만하다. ‘지며리’ 잇고 가꾸는 삶터요 살림터요 사랑터인 집을 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